다리에 혈전(피떡)이 생긴 이모(여ㆍ76)씨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E대학병원에 입원해 항응고제(헤파린)와 혈전용해제(유로키나제) 치료를 받다 위장관 출혈로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혈전 치료를 받다가 사망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차라리 치료 받지 않는 게 좋을 뻔했다"고 탄식했다. 전문의들은 "이처럼 혈전 치료제가 출혈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혈전은 혈관 안에 혈액이 굳어져 생긴 덩어리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은 혈관 속에서 응고되지 않지만 혈관 내피 변화, 혈액 막힘, 응고성이 높아지면 그 부위에 혈액이 굳어 응고물이 생긴다.
이미 만들어진 혈전이 커지는 것을 억제하거나 새로운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가 쓰인다. 또한,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면 이를 뚫어주려고 혈전용해제를 사용한다.
■ 헤파린ㆍ와파린, 출혈 부작용 위험
항응고제는 주사제로 헤파린과 저분자 헤파린, 먹는 약으로 와파린이 있다. 심부 정맥, 혈전증이나 폐색전증, 심방세동,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 치료에 주로 쓰인다.
헤파린은 주사약으로 즉시 효과를 나타내고, 와파린은 36~48시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응급 시에는 처음에는 헤파린과 와파린을 같이 사용하다가 점차 와파린만으로 조절한다.
헤파린이나 와파린은 과량 투여에 의한 출혈 부작용 위험이 있어 투여량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출혈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모니터가 필요하지 않는 먹는 항크론빈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간독성과 부작용이 너무 심해 난항을 겪고 있다.
헤파린은 생리적 응고 저해 인자인 항트롬빈3을 통해 트롬빈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항응고효과를 나타낸다. 부작용으로 가역적인 혈소판 감소증이 생길 수 있으며, 3~6개월 이상 장기 투여하면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와파린은 간에서 비타민K 사이클 합성을 저해해 비타민K 의존성 응고인자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항응고작용을 한다. 의사와 약사가 지시한 정확한 용량을 매일 일정 시간 복용해야 한다.
와파린 복용자는 비타민K가 다량 함유된 식품(시금치, 케일, 양배추, 브로콜리, 동물의 간, 콩 및 콩제품 등)을 다량 섭취해서는 안 된다. 과음도 피해야 한다. 부작용으로는 멍이 들거나, 코피, 잇몸 출혈, 혈뇨, 혈변, 눈 충혈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몸에 출혈이 있는지 항상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또한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거나 심하게 넘어졌을 때, 코피나 상처로 인한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 소변이나 대변 색깔이 평소보다 붉거나 검을 때, 특별한 원인 없이 피부에 검거나 푸른 반점이 갑자기 나타날 경우 의사에게 연락하고 위급하면 즉시 응급실로 간다.
■ 유로키나제 등 혈전 용해제도 출혈 우려
혈전용해제로는 조직플라스미노겐활성화인자(t-PAㆍ한국베링거인겔하임), 유로키나아제(녹십자), 스트렙토키나아제 등이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과 급성 폐동맥색전증, 인공심장판막 혈전, 허혈성 뇌졸중 등에 효과적이다.
t-PA 제품 중 국내에서는 알테플라제(액티라제주)는 뇌졸중에, 테넥테플라제(메탈라제주)는 급성 심근경색 치료에 많이 쓰인다.
유로키나제는 뇌졸중에 처방되지만, 스트렙토키나제는 심각한 출혈 부작용으로 국내 시판이 중지됐다.
혈전용해제의 부작용도 항응고제처럼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뇌졸중(뇌경색)의 경우 혈전용해제를 사용한 뒤 막혔던 뇌혈관이 뚫려 혈류가 재개되지만 불행히 상한 뇌조직으로 피가 새 나가면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또 혈전용해제는 뇌경색을 일으킨 혈전만 녹이는 게 아니라 과거 혈관이 손상된 부분을 메우고 있는 정상 혈전도 녹여 엉뚱한 부위에서 출혈이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뇌혈관 질환을 앓았거나, 뇌수술을 받았거나, 최근 3개월 간 위궤양이 있거나, 출혈성 소인을 가졌으면 시행하면 안 된다.
혈전용해제 치료는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 사용하면 급성 뇌경색에 따른 영구적 신체장애나 사망 위험을 줄이는 최선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t-PA를 뇌졸중 치료를 위한 혈전 용해제로 유일하게 인정해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급성 뇌졸중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액티라제주가 유일하지만 유해사례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용상 주의해야 한다.
●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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