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에이즈 환자가 최근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푸제온'을 공급받지 못해 한쪽 눈이 실명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환자는 미국 구호단체로부터 이 약을 공급받아 겨우 생명을 건지게 됐다. 푸제온은 2004년 11월 1병 당 2만4,996원으로 보험등재됐지만 로슈는 이 회사가 요구하는 가격(1병 당 4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며 약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2 다국적 제약사 BMS제약은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을 올 1월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은 이후 4개월간의 약값 협상 끝에 1정 당 5만5,000원으로 겨우 확정했다. 건강보험공단은 5만1,000원, BMS제약은 6만9,000원을 요구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BMS제약은 이 과정에서 약값이 요구가격보다 낮게 책정됐다며 공급거부 의사를 언론에 흘렸다.
#3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이 2003년 2월 2만3,045원에 보험 등재됐다. 노바티스는 이 과정에서 수 차례 "한국 정부가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20개월간 힘겨루기를 했다.
정부는 결국 당초 고시가격보다 30%나 높은 약값을 책정했다. 노바티스는 이 과정에서 백혈병 환자에게 무료공급 프로그램을 편법 운영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이 같은 사태가 생긴 것은 푸제온, 스프라이셀, 글리벡 등과 같은 신약은 환자에게는 필수 의약품이지만 국내에 이를 대체할 의약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보험약값 책정과 관련해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 간에 마찰이 생기면 다국적 제약사는 약 공급 중단을 무기로 정부를 압박하지만 정부는 대안이 없어 굴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를 막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사태가 기초수액제(생리식염주사약) 등과 같은 국내 필수의약품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A사의 '생리식염주사약 1,000㎖'는 보험약값은 1,094원이지만 원가는 1,600원으로 1개 팔 때마다 600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
기초수액제의 공급 차질 시 수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현재 실시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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