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정치노선'의 지평을 열 수 있을까. 내년 1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뉴민주당 선언'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길까. 재창당의 기치를 내건 정세균 체제는 지금 '중도개혁'으로 뭉뚱그려진 당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기 위해 목하고민 중이다.
민주당은 최근 체제 정비 과정에서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위상과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장기적 비전과 집권전략을 본격적으로 고민하자는 취지다. 물론 그 시작은 시대정신의 변화를 담아낼 민주당의 색깔을 찾는 것이다.
일단 출발선에선 달려나왔다. 연구원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언론 등 분야별 전문가들로 조언그룹도 구성했다. 논객들에게 "민주당을 논해 달라"고 요청해 쓴 소리를 자청한 것도 고민 해결의 단초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일단 논객들의 평가와 제안은 민주당의 혼란스러운 현실과 맞닿아 있다. 지난달 17일 첫번째 논객으로 나선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애매한 중도개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을 때 당내에선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같은 달 24일 진보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끝 자락을 잡을 게 아니라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을 때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보수논객인 소설가 복거일씨가 1일 "한나라당보다 더 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하자 이번에도 찬반 양론이 일었다. 중도개혁 노선이 모호하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넓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대응 기조를 놓고 매번 논란이 벌어지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에 대해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좌우의 이념지형을 뛰어넘는 시대정신과 리더십"이라고 했다. 아직 분명치는 않지만 현재의 정치지형에 갇히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한 것은 경제에 대한 대안과 비전 제시의 중요성이었다. "복거일씨가 제시한 방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경제 문제에 있어선 무능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고, "보수의 담론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호기 교수가 "교육ㆍ복지ㆍ사회ㆍ문화정책 등에선 진보적 가치를, 경제에 있어선 중도적 가치를 표방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새로운 길 찾기가 성공할 지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보수진영의 경제담론을 끌어오겠다는 시도는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고, 구성원의 스펙트럼도 "한나라당에서 진보신당에 이르기까지 너무 넓다"(정세균 대표 측)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당 내부가 정파적으로 뚜렷하게 분화하는 게 먼저"(수도권 재선의원)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책 경쟁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이념과 노선의 재정립으로 귀결될 것이란 얘기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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