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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美금융위기 '직격탄'… 키코에 털리고 대출 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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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美금융위기 '직격탄'… 키코에 털리고 대출 막히고

입력
2008.10.0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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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전히 도둑 맞은 기분이죠.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은행이 부추겨서 키코(KIKO)에 가입했는데, 버는 족족 다 까먹고 있으니까요." 홈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요즘 화를 삭히느라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매 분기 2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지만, 키로 손실 탓에 정작 남는 게 없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검토 중인 지원책도 미덥지 못하다. "우량 중소기업을 선별해서 지원한다는데, 어떻게 구분을 한다는 건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2. 반도체 회로 부품을 생산하는 서울 B사 경영진은 요즘 키코 관련 회의로 하루 일과를 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대책이 없어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절반을 키코 때문에 날렸다"며 "신입사원 모집은커녕 시급히 진행해야 할 연구ㆍ개발(R&D) 투자도 전면 스톱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중소기업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특히 환율 급등으로 파생금융 상품인 키코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데다,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중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눈에 띄게 줄이면서 자금 사정이 열악한 일부 중소기업은 부도 직전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키코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인 132개사의 손실액은 피해접수 당시(원ㆍ달러 환율 1,000원) 3,288억원에서 환율이 1,100원을 넘어선 최근 9,466억원까지 치솟았으며, 환율이 1,200원으로 상승하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키코는 환율이 특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상한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약정액의 2~3배에 달러를 팔아야 해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키코에 가입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에 내는 키코 상환금 때문에 원자재 등을 제대로 구입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해외 거래처에 납품 기일을 제때 맞추지 못해 신용도마저 크게 위협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이 증가하면서 시중 은행들의 대출 기피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1조8,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67.2%나 급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둔화에 따른 대출 자산 부실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바짝 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크게 얼어붙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54개사를 대상으로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1.8%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부문(복수응답)으론 '은행자금조달 곤란'을 1순위(63.4%)로 꼽았고, 이어 내수 감소(62.6%), 판매대금 회수 지연(60.2%), 수출 감소(44.7%) 등을 지목했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들이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인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원가에 반영시켜주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채산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경제분석팀 김승일 박사는 "상당수 우량 중소기업들이 키코에 가입하면서 신용도가 크게 떨어져 자금 경색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키코 피해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건전하고 순간적인 유동성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이들 기업을 구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부 은행과 관계 당국이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과 키코 거래를 했다가 큰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의 회생을 돕기 위해 '체인지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신한은행도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 자금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국회도 키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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