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시절에 소수 인원이 따로 나가 출장 근무를 하느라, 1년 동안 꼬박 매일 밥 두세 끼를 지은 적이 있다. 한 시간 안에 반찬 네댓 가지에 찌개나 국을 끓이고 꼭 새 밥으로 지어내야만 했다. 시나브로 대충대충이 되어갔다. 먹는 이를 생각하는 양심과 정성은 땅에 파묻어버렸다. 나도 먹는데도 그랬다. 내 입에 남의 입에 뭐가 어떻게 들어가든 후딱 해 치우고 조금이라도 쉬고 싶을 뿐이었다.
고참 하나가 더는 못 참겠는지 한 소리했다. "사람이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 가지고는 장난치는 게 아니다." 장난치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내가 성의 없는 밥을 해댄 모양이었다. 이러구러 나도 고참이 되었고 해주는 밥을 얻어먹는 처지가 되었다. 얻어먹어보니 이게 장난치는 밥인지 성의가 조금이라도 있는 밥인지 정말 느낌이 왔다. 얻어먹는 주제에 성의 있는 밥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장난친 밥은 아니었으면 바랄 때가 많았다.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분들이 너무 많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고, 원산지를 속이고, 양을 줄이고, 밥과 반찬을 재탕하고. 나아가 건강에 안 좋은 유해물질을 섞는 분들도 계시다. 특히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에 장난치는 건 끔찍한 일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조만간 멸종할 것 같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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