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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제금융안 합의/ 심리적 안정뿐… 만병통치약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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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제금융안 합의/ 심리적 안정뿐… 만병통치약 안돼

입력
2008.09.3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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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이 과연 금융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까. 긍정론과 신중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불안 심리가 더 우세하게 나타났다.

초안과의 차이점은 모럴 해저드 방지

이번 합의안은 재무부가 애초에 요청한 내용과 큰 틀에서 일치한다. 우선 당초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 비용으로 제시했던 총 7,000억달러중 2,500억∼3,500억달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요청하는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액수에 대해서는 의회가 집행된 구제금융 효과를 지켜보면서 추가로 승인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종전 안과 가장 큰 차이점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방지다. 의회는 그동안 회사 부실 여부와 상관없이 거액의 보너스를 챙겨온 최고 경영자들의 보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구제금융의 혜택을 받는 기업의 경영진에게 50만달러 이상의 퇴직 보수를 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중과세하겠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밖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재무장관, 증권거래위원장 등이 포함된 기구를 통해 구제금융 이행과정을 감독하고 구제금융 시행 5년 후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손실보전 방안을 의회에 제출토록 함으로써 정부의 '방만 운영'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은 29일 하원을 거쳐 다음달 1일께 상원 표결을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장기적 금융시장 안정 예단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금융안 합의로 심리적 측면에서 안정 효과가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법안이 금융위기를 끝내는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금융에 따른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은 "구제금융안은 실질적 효과를 넘어 시장의 심리안정제이며 이 치료약이 효능을 발휘하지 못해도 놀랄 필요는 없다"고 썼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7,000억달러는 초기 투입 예산에 불과하고 최종 비용은 최대 1조4,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과거의 부실자산은 단순한 형태였으나 지금은 금융기법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부실자산의 가치평가가 복잡한 상황이어서 재무부가 공정한 가격에 자산들을 매매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8일 구제금융 법안이 합의되는 와중에도, 그 동안 투자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상업은행인 와코비아에 대한 매각협상이 진행되는 등 대형 금융기관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29일 영국에서도 노던록에 이어 두 번째로 모기지은행 B&B를 국유화하기로 했고, 벨기에 1위 은행인 포르티스에 대한 베네룩스 3국의 구제금융도 결정돼 미국정부의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움직임이 유럽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29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초반 상승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계론이 부상하면서 대부분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26%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와 H지수도 3~5%대 급락했다. 싱가포르, 인도 증시도 하락했다. 필리핀 마닐라 소재 투자사인 BPI애셋매니지먼트의 올란 카페리나 펀드매니저는 "이번 구제금융안을 장기적인 낙관론으로 연결하긴 너무 이르다"며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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