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 대형할인점을 찾은 주부 이은경(38ㆍ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씨는 싼 값에 비교적 자주 구매하던 할인점 PB(자체상표ㆍPrivate Brand) 초콜릿 쿠기 매대를 그냥 지나쳤다. "유명한 식품회사 제품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PB상품이라고 안전할까 싶다"고 했다.
멜라민 파동이 장기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식품업계와 달리 비교적 간접 영향권에 있던 대형할인점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과자류 매출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7%까지 뚝 떨어진 것은 물론 대형 할인점 3사가 경쟁적으로 개발한 자체상표(PB 또는 PLㆍPrivate Brand, Private Label) 제품의 안전성 여부도 도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점업계는 처음 멜라민 검출 소식이 알려진 추석 직후부터 자체 PB상품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시험연구소에 '와이즐렉 모듬안주'와 '모듬땅콩' 등 현재 4품목을 의뢰, 이상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추후 검사상품을 늘일 계획이다. 이마트는 "멜라민 파동이후 협력업체로부터 원산지 증빙서류를 받고 유당제품 등 중국산 원재료 검사를 다 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면서도 파동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홈플러스도 자체 상품에 대한 점검을 지속중이라고 밝혔다.
PB상품은 할인점업체가 중국 등 해외에서 OEM 방식으로 제조해 들여오거나 중소식품업체와 공동 개발해 판매하는 제품들을 총칭한다. 이마트가 500여개, 홈플러스는 1,000여개, 롯데마트는 750개 가공식품을 PB브랜드로 내놓고 있다.
문제는 PB상품의 경우 10%미만인 OEM방식 수입품은 식약청의 검사를 받지만 중소식품업체와 공동개발하는 나머지 대다수 제품은 원재료를 어디서 수입했는지 얼마나 사용했는지 총괄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제품 관리 시스템에서도 상품명과 제조업체, 카테고리 등은 추적이 되지만 중국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제조하면 국내산이 되니 이를 일일이 점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29일 각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자체상표 제품의 경우 멜라민 성분이 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분유나 유당, 대두유단백 등을 포함한 제품은 성분표시가 아예 안 돼 있거나 수입산이라고만 밝혀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마트에서 판매중인 '칼로리를 줄인 핫초코'는 수입유청분말이 50% 들었으나 원산지는 '수입산'으로 적혀있다. '스마트이팅 고단백 콩 탕수와 소스'에 사용된 콩단백분 역시 '수입산'이다. '이마트 다크쉘밀크카카오' 는 코코아매스 27%(수입산), 전지분유 15% (수입산) 등으로 표기됐고 '이마트 다크밀크카카오'는 코코아매스 40%(수입산), 전지분유 7%(수입산) 등에 유화제, 식물성유지, 유당 등은 아예 원산지 표기가 없다.
홈플러스가 내놓고 있는 '홈플러스 녹차 아이스크림'과 '홈플러스 멜론맛 아이스바' 등은 탈지분유와 유청분말을 수입산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홈플러스 샌드'는 유청분말을 명시했지만 원산지 표시는 없다. '웰빙플러스 유기농 초코쿠키' 에 사용된 유기농전지분유도 수입산으로 표기됐다.
롯데마트에서 개발한 '와이즐렉 떠먹는 요구르트 딸기'는 혼합탈지분유와 분리유단백을 사용했지만 원산지 표기가 없으며 '와이즐렉 야채맛 소시지'에 사용된 농축대두단백도 원산지를 알 길 없다. 또 '와이즐렉커피믹스'에 쓰인 유청분말과 식물성 크림, '와이즐렉 핫초코' 에 사용된 식물성크림, 유청분말, 카제인나트륨 등도 원산지 표기가 없다.
업체는 원산지 표시를 수입산이라고만 하는 이유를 포장재 비용 부담으로 돌린다. 여러 나라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데 2,3개월 단위로 계속 포장지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안전 문제는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큰 상품이라 원산지 표기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 업계가 좀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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