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잘~한다, 잘해!" 29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관저동 성애노인요양원.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주 같은 대학생들의 판소리, 가야금병창, 사물놀이에 연신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였다.
"적적했는데 예쁜 손님들이 찾아와 흥겹게 해주니 좋구먼."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던 김모(81)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어느새 활짝 펴졌다.
한복을 곱게 차린 목원대 한국음악과 학생 60여명이 강당에서 공연을 하는 사이 주방에서는 이 대학 이요한 총장이 직접 동그랑땡을 부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특별한 점심을 준비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대전 남부지역아동센터. 목원대 지능로봇공학과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로봇을 움직이자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눈길을 떼지 못했다. 곧이어 아이들은 대학생 형들의 로봇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모(9ㆍ초등2년) 군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매일 오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목원대 학생과 교수, 직원 등 5,000여명이 수백개의 팀을 이뤄 참여한 사회봉사주간의 첫날 풍경이다.
이날 대전시내 곳곳은 이들이 입은 주황색 조끼 물결로 뒤덮였다. 봉사는 전공과 연계해 학과별로 준비했다. 컴퓨터학과는 무료로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고, 경찰법학과는 방범활동에 나섰다. 미대는 어린이들과 미술놀이를, 음대는 도심공원 등에서 음악회를 잇따라 열었다.
농촌을 찾아가 배와 밤을 수확하고, 국립현충원의 비석을 닦고, 계룡산국립공원에서 청소하는 일도 학생들 몫이다.
사회봉사주간 아이디어는 이 총장 머리에서 나왔다. 이 총장은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 귀빈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지난해 총장 직속으로 사회봉사지원센터를 만들고 전교생과 전교직원들에게 "나가서 섬기자"고 외쳤다. 사회복지시설 등 무려 301개 기관과 협약을 체결, 봉사네트워크도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 학기 열리는 봉사주간은 이번이 3회째다. 일주일간 전교생 8,000여명 가운데 60% 정도가 참여하고 교직원은 300여명 전원이 참여한다. 대전 시민들은 의무 사항이 아닌데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놀라고 있다.
필수과목으로 의무화해 100% 참여시키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이 총장은 '자원하는 봉사'가 의미가 있다며 자발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만 봉사마일리지를 적립해 졸업 때 인증서를 발급하고 자원봉사자 장학금 등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고 있다.
목원대는 교직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갹출한 돈으로 '1004(천사) 운동'도 펼치고 있다. 빈곤아동과 독거노인 등 100여명에게 아침마다 '1004 우유'를 배달하는 작업이다. 이 우유 배달은 어린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노인은 사망할 때까지 중단되지 않는다. 지역 청소년들에게는 '1004 장학금'도 지원한다.
이 총장은 "한번이라도 봉사의 기쁨을 맛본 학생이라면 평생 봉사자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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