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멜라민 파동과 관련, 식품 집단소송제 도입과 포장지 앞면의 원산지 표기 등 유례없는 고강도 대책을 28일 내놓았지만 대책의 실효성 및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 집단소송제는 같은 식품을 먹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대표자 한 사람이 소송을 하면 판결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도록 하는 제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이 제기돼 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식품업체의 90%가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위력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피해가 입증돼야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 식중독 사고와 같이 피해자와 가해 업체가 분명한 식품사고에만 적용될 수 있다. 멜라민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했더라도, 중국에서처럼 분유를 먹은 유아가 사망하는 등 명확한 피해가 발생해야 소송 대상이 된다는 얘기이다. 해태제과의 '미사랑카스타드'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것만으로 해태제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 통과 가능성도 확실치 않다. 식품 집단소송제는 정부가 2004년 추진했지만 국회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며 반대해 처리가 무산됐다. 설령 관련 법이 제정되더라도, 소송남발을 막는다는 이유로 소송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한다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수입품에 대해 원산지 표기를 강화한다는 대책도 사고를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정은 미사랑카스타드처럼 OEM제품에 대해서는 앞으로 '중국산 OEM'이라는 표기를 과자 봉지 앞면에 '미사랑카스타드'라는 글자의 절반 크기로 표기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글자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 원산지를 실질적으로 알 수 있도록 정확하게 표기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대만 업체가 중국산 재료로 만든 제품을 공급할 경우, '대만산 OEM'으로만 표기되기 때문에 중국 재료를 얼마나 썼는지 알 수 없다. 식품 업체들은 "과자봉지에 제품설명은 안보이고 '중국산'이라는 글자만 눈에 띌 것"이라며 지나친 행정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적인 규제나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해식품이 국내에 반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행 10%인 수입식품 검사비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 늘고 이로 인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이 쉽지 않다. 검사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처럼 보건당국이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 대한 현지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박기환 교수는 "마약 단속도 현지 사전정보가 없으면 쉽지 않다"며 "정부의 감독인력이 현지에 나가 사전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유해성이 의심되는 식품을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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