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예보용 슈퍼컴퓨터 성능이 비슷한데도 일본은 세계기상기구(WMO)의 예보 정확도 순위에서 4위에 올랐고, 한국은 9위에 그쳤다.” “당초 계획에 없던 근무자 숙소를 임차하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운영비 등 기상 관측ㆍ예보 체계 구축에 필수적인 사업비를 3억 원 가까이 전용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근 ‘2007회계연도 기상청 세입세출결산 검토보고서’를 냈다. 기상청의 지난해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한 점검 결과다. 여기엔 기상청의 낮은 신뢰도가 낙후된 장비나 예산 부족보다는 그것을 운용하는 인력의 자질과 무원칙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는 지난 6월 발표된 전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톱 500’의 기상용 부문 16위에 올랐다. 일본 기상청 컴퓨터 바로 다음 순위다. 하지만 운용 능력에선 차이가 났다. WMO가 기상 선진국 13개국을 상대로 2006년 실시한 수치예보 모델 정확도 평가에서 일본은 유럽연합의 기상 기구인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영국, 미국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보다도 한 단계 낮았다. 한국 수치예보 모델은 1997년 일본 모델을 들여와 변용한 것이어서 운용자 능력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기상청 예산이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예보 정확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05년 1,315억 원이었던 예산 규모는 2006년 1,534억, 2007년 1,733억, 올해 2,000억 원으로 매해 2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반면 보고서에 인용된 2002~2007년 예보 정확도 수치는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이틀 치 날씨를 예상하는 단기예보의 강수 유무 적중률은 2004년 85.4%에서 지난해 85.0%로 해마다 떨어졌고, 1개월 기온 장기예보의 2007년 정확도는 43.5%로 2002년 52%에 크게 못 미쳤다.
정확한 예보에 만전을 다해야 할 판인데도 기상청은 지난 2월 제주도에 완공된 국가태풍센터의 근무자 숙소를 빌리려 지난해 기상정보교환시스템 운영 예산 2억100만 원을 전용했다. 슈퍼컴퓨터 운영 예산 8,000만 원도 직원 숙소 마련에 들어갔다. 정확한 예보 체계를 갖추는 데 쓰일 돈이 허술한 사업계획 탓에 뒤늦게 생긴 비용 처리에 쓰인 것이다. 이러고도 기상청은 장비가 문제라며 2009년 슈퍼컴퓨터 3호기와 영국 수치예보 모델 도입을 목표로 당장 내년까지 800억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슈퍼컴퓨터 2호기가 2004년 도입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구축된 기상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인력 양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동규 서울대 교수는 “공무원 조직인 기상청의 인력 채용, 순환 근무 등의 여건에선 장기간 예보 모델 개발에 전념할 전문가가 나오기 어렵다”며 “기상청 외곽에 출연 연구소를 두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