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력이 최저 3년에서 최고 15년에 달하는 베테랑 경찰관 10명 중 6명 이상은 편견을 갖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교통사고, 사기, 폭행사건 등으로 경찰서에 갈 경우 공정한 조사와 수사를 받을 수 없는 구조로 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주락 교수가 26일 경찰대가 발간하는 연구논문집 '경찰연구'에 기고한 '피조사자의 신뢰성에 대한 수사관의 편견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베테랑 경찰관 17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64.7%인 11명이 '특정 고향이나 성별을 가진 계층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이 제도적으로는 공정한 조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일선 수사관의 편견에 따라 특정 부류 피조사자가 불리한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11명의 경찰관은 대상은 달랐으나 특정 집단을 뚜렷하게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 격차에 따라 조사때 편견이 있다고 응답한 7명 경찰 가운데 5명은 '잘 살고 똑똑한 사람이 거짓말을 잘한다'고 믿었다.
반면 다른 2명은 '없는 사람들은 창피를 모른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무슨 말이나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업에 따른 편견을 인정한 경찰관들은 건축업자, 유흥업소 업주, 사채업자, 택시기사를 대표적으로 거짓말 잘하는 부류로 꼽았다.
또 출신지에 대해 편견을 가진 경찰의 경우 자신과 동향이 거짓말을 잘 한다고 응답한 사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사관과 고향이 같다면 최소한 선입견에 따른 조사의 불이익은 없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편견이 실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비록 소수이기는 했으나, 편견을 인정한 경찰관 중 30% 가량(11명중 3명)은 편견이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거나, 형사 사건의 유죄 의견 검찰 송치 등 실제 수사처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경찰관은 "딱히 판단이 서지 않으면 거짓말 잘할 것 같은 사람을 유죄로 밀고 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찰의 편견과 차별은 대국민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편견을 없애기 위한 체계적인 조사와 대응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경찰관은 모두 남성이었다. 경찰 경력은 10~20년 사이가 대부분이었고, 수사 경력은 3~10년이 주종을 이뤘으며 강력수사팀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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