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들의 독립경영 체제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 지금은 과도기다. 계열사별 경영상의 애로점은 크게 없다. 3개월간 진행된 사장단협의회의 기능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으나, 이는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말 그대로 협의체다. 국내ㆍ외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계열사별로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사적으로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일사불란하게 '액션'으로 옮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룹 차원에서 기업간 수직적 의사결정과 자원 풀(Pull) 등이 신축적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삼성특검 항소심 선고공판이 예정된 내달 10일까지는 모든 것이 유보된 상태다. 이 시점을 분수령으로 새로운 전환을 위한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삼성이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한지 이 달 말로 3개월째를 맞는다.
삼성은 그 동안'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CEO'의 삼각편대 경영이 사라지면서 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 및 조정권한은 사장단협의회로 넘어갔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는 등 외관상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순항도 후퇴도 아닌 과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자리를 사장단협의회가 완벽히 채우지 못해 조직 내 심리적 불안감은 다소 남아있으나, 다행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독립ㆍ창조경영 기치 아래 의미 있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내달 1일부터 직원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출근하는 등 보수적 조직문화에 다양성이 추구된다. 전략적으로도 '실용주의'를 선택했다. 이는 삼성이 8년간 매달려온 '황의 법칙' 입증을 포기한데서도 알 수 있다. '황의 법칙'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력의 상징이었지만, '황의 법칙'입증에 쏟을 역량을 낸드플래시의 원가 절감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삼성은 또 세계 최대의 플래시 메모리 카드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위해 10년간 지켜 온 '무차입 경영'을 포기했다. 자체 성장도 중요하지만 기업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부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조직운영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SDI의 PDP사업부를 삼성전자가 맡아 운영하고,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벌여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부를 통합해 별도법인으로 출범시킨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반도체 등 핵심 사업 분야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확고한 의사결정 주체나 구심점이 사라진 데서 오는 불안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사실 각 계열사 CEO들은 그간 섬세한 조율과 긴밀한 협의의 주체였던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껴온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달 10일 열릴 삼성특검 항소심 선고공판은 '삼성호'의 진로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는 "위기 대응능력보다는 위기에 앞서 이를 예방하는 선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삼성의 독립경영 체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이 같은 시스템 보완작업의 검증이 시급하며,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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