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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 英브라운 총리 "믿을 건 아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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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 英브라운 총리 "믿을 건 아내뿐"

입력
2008.09.2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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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고든 브라운 총리가 요즈음 부인 새러 브라운(44) 여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부인이 마지막 정치적 ‘비밀무기’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평판 높은 새러는 지난 23일 맨체스터에서 개막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브라운 총리의 연설 직전에 예고 없이 등단,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현지 언론들은 당시 새러가 남편을 소개한 뒤 포옹하며 입맞춤하는 모습에 대해 “입으로 생명을 구하는 인공호흡을 해주었다”며 호의적으로 대서특필했다. 새러는 남편과 함께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을 방문해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뉴욕에서 24일 밤 자선 디너파티쇼를 주재하면서 미국의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만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부인 셰리가 대담하고 직선적인 언동으로 유명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새러는 홍보(PR) 회사 중역 출신임에도 공석에 나서기를 꺼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새러는 브라운 총리가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무대위로 올라와 적극 내조의 길에 나선 것이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의 지지율은 라이벌 보수당과 비교해 20%나 뒤떨어져 있다. 노동당 내에서 조차 ‘반(反) 브라운’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달 들어 루스 켈리 교통장관이 사임의사를 밝혔고 12명의 노동당 의원은 새 당수 경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러의 등장은 무미건조하고 지적인 체하는 브라운 총리의 인간적 측면을 부각시켜 그를 정치적 곤경에서 구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치 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중도좌파 언론 가디언의 시사평론가 조이 윌리엄스는 “브라운 총리에게 새러는 경이로운 자산”이라며 “새러는 남편을 인간답게 보이도록 하면서, 또 보기보다는 더 유능하다는 인상을 주게하고 있다. 새러가 브라운 총리를 신뢰하기 때문에 국민이 그를 믿도록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브라운 여사와 20년 동안 친분을 쌓아온 호주 여류작가 캐시 레트는 “새러는 매력적인 데다가 애교도 많아 상대편을 쉽게 무장해제시킨다”면서 “그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러의 유머가 돋보인 적도 있다. 지난 3월 모델출신인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 카를라 브루니 여사를 총리관저에서 맞이했을 때 입은 의상에 대해 비판이 일자 그는 “슈퍼모델 옆에선 무엇을 입어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응하는 재치를 보였다.

2000년 재무장관이던 브라운 총리와 결혼한 새러는 미숙아로 태어난 첫 딸을 잃는 슬픔을 겪은 뒤 남편과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으며 가사와 자선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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