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 업계의 양대 거함(巨艦)인 J.P.모건과 씨티그룹이 금융 위기의 와중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금융위기로 투자은행(IB)이 몰락하고 상업은행(CB)이 금융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두 회사가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26일 파산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미국 4위 은행 와코비아측과 인수를 위한 예비 협상을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이 27일 일제히 보도했다. J.P.모건이 미 최대 저축대부은행 워싱턴뮤추얼(WaMu)의 인수를 발표한 당일 곧바로 협상에 나선 것이다.
이 통신은 “미 6위 은행 웰스 파고와 스페인의 방코산탄데르 은행도 와코비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씨티그룹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라며 “씨티그룹이 와코비아를 인수한다면 소매금융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이 와코비아를 인수하면 자산규모 2조 9,120억달러(약 3,000조원)로 자산규모로는 미국 최대 은행의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된다. J.P.모건이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해 자산을 2조820억달러로 늘리더라도 씨티그룹을 능가하지 못한다.
씨티그룹이 와코비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와코비아가 소매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879년 노스캐롤리아나주의 소도시 윈스턴 살렘에서 설립된 와코비아는 일반 가계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소매 금융 위주로 성장해왔으며 보험과 자산관리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J.P.모건이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함으로써 소매금융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씨티그룹이 이번 인수로 J.P.모건을 누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와코비아 인수를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AFP통신은 “자산 8,120억달러를 보유한 와코비아가 불과 19억달러에 J.P.모건에 인수됐다”며 “씨티그룹은 와코비아를 더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코비아는 2000년대 푸르덴셜파이낸셜, 골든웨스트 등 미국의 은행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미국 4위 은행으로 성장했으나 지나친 공격 경영으로 파산설이 나돌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6일 현재 10달러로 올해 초 37달러에 비해 70% 이상 폭락했다.
이 회사가 판매에 주력한 금융상품인 옵션변동금리모기지(AMR)는 고객이 초기에 이자를 적게 내고 나중에 부담이 커지는 구조로 부실 위험이 아주 높다. 와코비아는 7월 현재 ARM 보유 규모가 1,220억달러로 미국 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2위는 J.P.모건에 인수된 워싱턴뮤추얼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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