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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정책, 자유냐 규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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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정책, 자유냐 규제냐

입력
2008.09.2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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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나 딸이 갑자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가수나 영화배우 지망생이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겠는가? 잘 생각했다고 하며 좋아할 부모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이런 자녀들을 꾸짖으며 어서 방에 가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할 것이다.

아마 청소년 시절에 연이은 시험과 과중한 공부에 지쳐서 "에이, 이 힘든 공부 포기하고 대학 가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분들이 왠지 나 말고도 많이 있었을 것 같다.

이런 일로 진지하게 부모님께 상의를 드렸다가 난리가 나서 몇 시간 동안 혼쭐이 났던 경험도 있다. 그 때 어린 마음에 들었던 생각은 "내 인생 내가 사는데 아무리 부모님이시지만 왜 남의 인생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어린 시절 나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부모가 된 지금 부분적으로나마 답을 찾은 것 같다.

기업 간섭 않다가 보호하는 미국

솔직히 아무리 부모라지만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것이고 끝까지 부모가 책임져 줄 수도 없는 것이니 자녀의 인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때로는 부모가 자녀의 소질과 능력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요구하고 강요하다가 자녀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부모와 청소년들 사이에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비행청소년들이 늘어나는 현실의 뒷면에는 이러한 부모들의 지나친 간섭이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노래와 연기를 배우러 다니던 자녀가 가수나 영화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하여 생계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그 자녀들은 부모들에게 돌아올 것이고, 자녀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에 있는 부모로서는 자녀에게 생활비를 대어 주게 될 것이다. 결국 부모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살겠다던 자녀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부모에게 달려와 도움을 청하게 될 것이므로 부모로서도 자녀의 인생에 간섭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전 세계가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의 영향으로 큰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들의 자유를 보호하고 정부의 간섭을 줄이겠다고 해 온 미국의 부시 정부가 이런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자 사상 초유의 공적자금을 마련하여 부실기업들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 의회와 국민들의 일부는 자신들 마음대로 위험을 감수하며 이윤을 추구해 온 기업들이 어려워졌다고 이제 와서 미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도와 줄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부시 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너무 풀어 놓고 지나친 자유를 주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이 일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은 정말 어렵고 실패할 경우 그 여파가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이런 미국의 경제 위기와 논란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 동안 우리는 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정부의 많은 규제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나름 정부의 간섭에 대한 불만이 쌓여 왔다. 마치 이래라 저래라 지나치게 잔소리가 심한 부모 밑에서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식으로 말이다.

기업의 잘못은 국가에 큰 부담

아마도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 정부는 그 출범부터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기치를 높이 올렸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가 문제이듯이 그 동안 미국의 금융시장에서와 같은 지나친 자유 역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유 시장경제의 원동력은 뭐니뭐니 해도 자유로운 기업가 정신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서 경제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가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에는 국가와 국민이 그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자녀 교육에 왕도가 없듯이 경제 정책에도 왕도가 없다. 또한 아무리 경제 전문가라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조심하고 주의하는 경제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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