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서 구경만 하다가 링 위로 올라온 기분입니다. 퇴직 후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한테는 미술이 있어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움직임 없는 그림이란 차이는 있으나 방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만들던 때의 감흥이 그대로 살아나 행복합니다."
25년 넘게 방송현장을 누비던 '명 PD'가 화가로 데뷔한다. 바로 이긍희(62) 전 MBC 사장이다. 그는 내달 2일~8일 동숭동 샘터갤러리(02-3675-3737)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이 전 사장은 언론사 고위직 이후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일각의 세태와 달리 '늦깎이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술수업이 시작된 건 4년 전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학장인 조광호 신부에게 "감상도 좋지만 그림을 직접 그려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서부터. 그는 "신부님은 퇴직 후 찾아간 첫날부터 프로용 캔버스와 화구를 내주고'사전 준비없이 접근할 수 있는 장르가 미술이다'며 등을 떠밀었다"면서"그 만남은 행운이었다"고 고마워했다.
이 전 사장은 MBC에서 <장학퀴즈> , <웃으면 복이와요> , 휴먼 다큐 <인간시대> 등 다양한 장르의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1996년 이후 정책기획실장, 전무, 대구 MBC 사장 등을 거치며 경영에도 깊이 관여했다. 미술에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학생 때 그림대회 입선 경험은커녕 미술반에도 가보지 않았다. 다만 화면구성과 색채에 신경을 써야 하는 PD라는 직업상 수시로 미술관을 찾았던 게 인연이라면 인연. 그는 "방송과 미술은 창조적이라는 점이 같지만 집단적이고 시스템적인 방송과 달리 미술은 개인적이고 표현이 자유롭다"며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묘미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데뷔를 앞둔 그는 "쑥스러움을 무릅쓰느라 큰 용기가 필요했다"며 "하얀 화폭은 두렵지만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끊임없는 캔버스와의 대화에 빠진다"고 행복감을 표현했다. 인간시대> 웃으면> 장학퀴즈>
그가 이번 개인전에 낼 그림은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한 추상회화다. 그는 "살아있는 것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내 그림의 가장 큰 주제"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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