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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명예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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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명예시민

입력
2008.09.2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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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시민(名譽市民)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 복리증진이나 문화발전에 기여한 사람에 대해 그 공적을 기리는 뜻으로 수여하는 칭호이다. 보통은 그 시에 살거나 시와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주로 외국인)이 대상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명예시민이 되면 그 시의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생활 편의시설을 제공받는 '혜택'을 누린다. 서울시 명예시민의 경우 각종 행사에 초청되며 시립미술관, 역사박물관, 대공원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만65세 이상이면 지하철도 무료 승차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 '명예시민'이 등장한 것은 1958년. 그 해 6월 10일 미국인 마쿠스 쉐바허(Marcus W. Scherbacher)가 서울시로부터 '공로시민증'을 받았다. 1952년 3월 1일 역사학회가 발족하자 곧바로 '참여' 자격으로 들어가 꾸준히 <역사학보> 간행비를 지원한 공로였다. '공로시민증'은 1972년 '명예시민증'으로 바뀌었다. 현재 서울시 명예시민은 모두 588명.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거스 히딩크 감독, 미국 슈퍼볼 영웅인 하인즈 워드, 청소년 영어교육에 관심을 기울인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명예시민이다.

▦ 지방도시에도 명예시민이 많다. 부산에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의 가수 조용필, 한국인 입양아 출신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토비 도슨이 있다. 요즘은 꼭 유명하거나, 특별한 인연을 가졌거나, 눈에 띄는 '공적'이 없더라도 명예시민이 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투자 유치에 매달리면서 자매결연을 한 외국 도시의 시장, 경제단체 대표, 기업인들에게 선물로 주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는 13명이 한꺼번에 서울시 명예시민이 됐다.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CEO들이었다.

▦ 과거와 달리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명예시민증을 수여할 때에 시장이 시의회 동의를 받도록 했다. 서울시도 7월 조례를 바꿨다. 명예시민의 남용을 막아 권위와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다. 뭐든 남발하면 의미와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다. 어제는 프로야구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산명예시민이 돼 야구팬들과 <부산갈매기> 를 합창했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8년 숙원을 풀어준 그를 이웃으로 기꺼이 받아들인 시민들과 부산시민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로이스터. 모처럼 보는 '명예시민 사랑'의 흐뭇한 풍경이었다.

이대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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