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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달러가뭄 실물로 번질라" 응급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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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달러가뭄 실물로 번질라" 응급주사

입력
2008.09.2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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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 가장 큰 타격을 끼치는 분야는 외화자금 시장이다. 현금 유동성에 위기감을 느낀 외국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달러를 빌려주기 꺼리면서, 국내 은행들은 거의 '사채' 수준의 이자를 내며 하루 만기의 '일수달러'를 빌리기에도 바쁜 상황에 몰렸다. 정부가 또다시 "외환보유액을 쓰겠다"고 나선 것도 상황의 심각성 때문이지만 이 역시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단 패닉은 진정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100억달러 이상을 긴급지원키로 한 것은 은행들의 달러난이 실물분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달러줄이 막힌 은행으로선 기업에 나간 수출환어음 교환중단, 외화대출 회수 등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 경우 심각한 기업자금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가 '응급주사'를 놓기로 한 곳은 원화와 달러를 일정기간과 조건 하에 맞바꾸는 외환 스와프시장. 장기대출이 막힌 은행들이 몰리고 있는 초단기 대출시장이다. 스와프시장에서 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 간 차이를 나타내는 스와프포인트(1개월물 기준)는 지난 23일 -10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이는 시장금리로 환산하면 한 달간 달러를 빌리는 데 연 13.5% 가량의 고금리를 감수하겠다는 뜻. 특히 만기가 더 짧은 1주일물은 금리가 연 20%까지 달해 거의 '사채이자' 수준을 육박한다. 평상시 플러스였던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그만큼 원화보다 달러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수일간의 한국은행 개입과 정부의 긴급자금지원 방침으로 스와프포인트는 일단 회복세로 돌아섰다.이날 스와프포인트는 전날보다 4원 상승한 -1.5원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스와프포인트를 다시 플러스 수준까지 올려놓을 지는 시장 반응에 따라 달라 아직 목표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효과 오래 갈까

당장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올들어 환율 개입으로 가뜩이나 줄어든 보유액이 더 줄어드는 것은 자칫 심각한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스와프시장 개입은 보유액 감소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스와프 시장 지원은 달러를 매각하는 게 아니라 한 달이나 두 달, 짧게는 일주일씩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외환보유액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영향으로 당장 환율에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현물환 시장에 직접 영향은 없지만 보유액 감소 우려는 환율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원ㆍ달러환율은 정부 발표에도 불구, 소폭 상승했다.

시중 은행들은 정부조치를 반기면서도 당분간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근본 원인이 글로벌 신용경색에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와 다른 것은 외화자금시장 경색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아닌 뉴욕 월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미국 상황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고 달러가 더 많이 풀리면 최소한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받침대(구제금융법안 통과)가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도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 스와프(Swap)란

외환거래에서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스와프)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 1년 이하 단기자금조달에 쓰이는 외환 스와프는 현재 환율로 통화를 교환하고, 나중에 계약 당시 정한 선물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것이다. 거래조건은 선물환율과 현물환율 차이인 스와프포인트로 표시된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면 선물환율보다 현물환율이 높다는 뜻. 예컨대 1개월 선물환율이 1,000원이고 현물환율이 1,100원이면 스와프포인트는 -100원이 된다. 지금은 1,100원을 주고 1달러를 빌리지만, 1개월 후엔 1달러를 주고 1,000원을 받는 구조다. 한달 만에 달러당 100원을 손해보더라도 당장 달러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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