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이 포함된 과자가 버젓이 수입돼 시중에 유통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보건당국의 주먹구구식 수입식품 검사체계와 식품업체의 허술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관리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검사
현행 수입식품 검역체계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사회문제로 번지지 않을 경우 수입과정에서 걸러낼 수 없는 구조다. 식품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돼야 수입식품의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검사하는 시스템이다. 전형적인 후진국 검역구조라고 할 수 있다.
식품의약안전청 관계자는 "플라스틱 그릇 등 용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멜라민이 식품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식약청이 사전에 알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인지를 못한 것을 검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식품 사고가 나야 해당 유해물질이 검역과정의 검사대상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중국의 낙후한 식품업체들이 식품 유해물질로 지정되지 않은 새로운 공업원료를 식품첨가물로 사용해도 한국의 검역체계는 구조적으로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설령 유해물질로 인정돼 검사항목에 포함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현행 검역체계로는 최초로 수입신고를 할 때만 유해물질 포함여부를 검사할 뿐, 이후부터는 전수검사가 아니라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다. 식약청은 수입 식품과 가공품 가운데 10% 정도에 대해서만 표본검사만 할 뿐이다. 따라서 수입허가를 받은후 똑 같은 성분의 다른 공업용 원료를 사용한다고 해도, 적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미 이 달 초부터 중국 내에서 저질 분유가 문제가 됐지만, 농림수산식품부와 식약청은 "해당 분유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을 뿐, 중국산 분유가 들어간 유가공 식품에 대한 검사는 17일에야 시작됐다.
허술한 관리도 문제
식품 수입업체의 허술한 OEM 생산방식 관리도 문제다. 국내 상당수 식품 업체들은 중국에서 원료나 반제품을 수입하기 보다 대부분 완제품 형태로 수입하고 있다. 국내 농업보호 등의 이유로 원재료보다 완제품에 대한 관세가 훨씬 낮기 때문이다. 식약청이 멜라민 검사를 진행중인 428종 중국산 식품 가운데 원재료는 10여건에 불과할 정도다.
해태제과 역시 OEM 방식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을 수입해 왔다. 소비자 단체들은 "OEM 등 완제품으로 수입할 경우 현지 제조과정에 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 업체들은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현지공장에 본사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소 식품업체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중국으로부터 완제품이나 반제품 등을 수입해 포장을 바꿔 판매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달리 원산지 표시 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주변에서 유통되는 소규모 업체의 과자류의 상당수는 중국산 반제품으로 만들거나, 완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산'으로만 표기하고 있을 뿐이다.
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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