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가 없다. 맞는 말이다. 바나나 성분보다는 흰 우유를 팔기 위해 출시됐기 때문이다.
빙그레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처음 출시한 1974년. 당시 한국인들은 체질상 흰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 우유 소비량이 많지 않았다. 먹거리가 부족해 국민영양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라 빙그레는 우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고급 수입 과일이었던 바나나를 이용해 흰 우유를 팔아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 귀한 원료인 바나나를 갈아서 넣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인공색소와 향료를 이용해 바나나의 색과 향을 넣은 가공우유인 바나나맛 우유가 만들어졌다. 그러자 흰 우유를 먹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바나나맛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의 판매로 급성장했고 첫 출시 시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가공우유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게 됐다.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에는 독특한 용기 디자인도 한몫 했다. 바나나맛 우유는 '단지 우유'라는 특별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폴리스틸렌(PS) 재질로 만든 용기는 배불뚝이 모양으로, 한 팩만 마셔도 한끼 대용식으로 너끈하리라는 메시지를 전파했고 반투명 재질은 바나나의 색깔을 최대한 살려줬다.
그렇게 탄생한 용기는 음료업계들이 좀 더 간편하고 세련된 디자인들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도 단 한번도 모습을 바꾸지 않은 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2007년 월평균 74만3,000여개가 팔린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2008년 상반기에는 월평균 84만1,000개로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로 출시 34년째를 맞는 바나나맛 우유는 이제까지 팔린 수량만 총 48억개에 달한다. 4,900만 인구가 한 명 당 연간 100개씩 마신 꼴. 개당 1,000원 짜리 우유만으로 연간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빙그레 조용국 홍보팀장은 "회사가 그간 라면사업도 해보고 제빵 쪽에도 잠시 발을 걸쳤지만 별 다른 재미를 못 본 반면 출시 이후 한결같이 회사의 살림밑천이 된 것이 바나나맛 우유"라며 "내용이나 첨가물은 약간씩 변할 수 있어도 용기나 이름은 절대 바뀌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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