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두 주장이 있다. ①우리는 북한을 붕괴의 대상으로 보고 대북정책을 추구할수록 더욱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북한에 대한 봉쇄와 대결보다는 교류협력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②북한 정권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정권이어서 아무리 대화해 봐야 소용이 없다. 대화를 최고의 선으로 상정한 대북정책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정반대의 내용이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의 주장이다. 바로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다.
▦ ①은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2월 서 원장이 통일연구원 북한 인권연구센터 소장 시절 저술한 <북한의 경제난과 체제 내구력> (통일연구원 연구총서 07-03)의 결론 부분. 김정일 체제의 북한이 체제 복원력의 붕괴 추세에도 불구하고 원시 시장경제 출현 등 새로운 체제적응력의 생성 덕분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면서 내린 결론이다. ②는 엊그제 서울대 통일연구소 통일정책포럼에 참석해서 편 주장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수단으로 식량 지원과 경제협력에 나섰지만 북한은 대화를 카드로 남한을 끌고 다녔다고 두 정권의 대북정책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북한의>
▦ 그는 지난 두 정권 시절에는 대북화해협력 정책, 그러니까 햇볕정책에 비교적 충실한 논지를 폈다. 10ㆍ4 남북 정상선언에 대해서는 "남북관계가 평화번영 단계로 발전하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한 선언"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10일자 한국일보에는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요지의 글을 기고했다. 우리 정부가 지원한 식량이 주민에게 바로 분배되지 않고 빼돌려진다는 지적이 일자 "빼돌려진 식량이 장마당에 흘러나가 시장경제가 촉발됐다"고 반박했던 그다.
▦ 진보정권 시절 국책연구기관에서 살아 남기 위해 공식 저작이나 언론 기고, 인터뷰 등에서는 '국책'을 따르면서도 개인 생각은 별도로 키웠을 수도 있다. 지난해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에 발탁된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이 높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장전인 '비핵개방 3000' 작성에 깊이 관여했다. 하지만 이 구상은 현재로서는 싹트지 않은 씨앗이나 다름 없다. 북한을 개혁ㆍ개방시켜야 한다면서 현실적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개성공단을 남쪽의 일자리나 빼앗는 실패작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 오죽하겠는가.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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