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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소 내각 출범과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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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소 내각 출범과 한일관계

입력
2008.09.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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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타로(麻生太郞) 자민당총재가 제92대 일본총리로 지명되면서 새로운 내각이 출범하게 되었다. 우선 인간적인 면에서 축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그다지 마음이 개운치 않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이라는 등, 수 차례 망언을 거듭하고 한국인 징용자를 착취한 집안출신이라는 이유도 없지는 않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금융의 불안정과 아시아 경제위기 우려, 북한 핵개발 저지를 위한 6자회담과 일본인 납치문제, 한일 무역역조 완화와 일본기업의 한국투자 증진, 독도 등 영토분쟁과 역사 공동연구 등 다양한 숙제가 쌓인 양국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한 양국 리더십이 문제

최근 1년 남짓한 동안 아베, 후쿠다에 이어 아소에 이르기까지 무려 3명의 총리가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고이즈미 전 총리에 이어 일본사회를 구조개혁하고 경제를 완전히 되살릴 수 있는 카리스마와 개혁적 리더십을 갖춘 정치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소 정권도 인기가 높다고 하나 소수파벌인 데다 단기정권이 계속되면서 정치에 대한 염증이 높아지고 있다. 11월 초의 총선결과가 아소 총리의 리더십을 말해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일본민주당은 오자와 대표를 재신임하면서 정권 교체를 벼르고 있다. 아소 총리가 자민당 의석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까. 2005년 총선에서 압승해 의석이 301명에 이르는 거대 정당임을 생각하면 늘리기는커녕 상당 부분 잃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그럴 경우 리더십에 큰 치명타를 입거나 심지어 물러날 수도 있다.

불안정한 일본정치와 잦은 수반 교체, 이명박 정부의 2할 대의 낮은 지지율은 상호 연쇄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일으키면서 긴밀한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7개월이 된 지금 한일관계에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정권을 책임진 양국 중심인물의 리더십이 약하다는 것은 모두에게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2010년 경술국치 100주년까지 불과 2년도 남지 않았다. 협력보다는 갈등이 고조될 위험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역계산해 내년 상반기에 무엇인가 성과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그 실적과 비전을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다. 시기를 놓치면 한일관계의 극적 개선은 어렵고 2010년 이후 레임덕 현상이 한일관계에서 시작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아소 총리 이후 한일관계는 4년 여 임기가 남은 이명박 정부의 한일관계를 좌지우지한다. 일본정치가 안정되고 한국정치가 리더십을 회복해 관계를 증진할 21세기 한일비전과 실행프로그램에 합의하고 실천해가야 한다. 아소 총리도 평소 주장해온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연대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가치외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일 공동협력에 적극 노력하고 중국을 자극하지 말고, 겨우 자리잡기 시작한 한중일 수뇌회담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변국가를 신중히 배려해야 한다.

긍정적 협력대안 마련해야

이명박 정부도 영토, 역사, 교육이 갈등요소로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정적 요인에 얽매이기보다 시장, 문화, 미래를 키워드로 긍정적 협력대안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확산시켜가야 한다. 한일관계는 정부가 담당하고 있으나 여론과 국민이 예의 주시하는 공공외교의 성격을 띠고 있다. 교류 확대, 경제협력의 실적을 높여가면서 10년 전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 선언을 뛰어넘는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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