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23일 부동산시장은 대체로 담담했다. 참여정부 시절 ‘세금폭탄’세례를 받았다가 이번 종부세 완화로 최대수혜를 받게 된 강남과, 종부세와는 거리가 먼 강북 및 지방간에 미묘한 차이가 엿보이기도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조치로 거래 위축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는 커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의 경우, 이번 조치로 거래는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서울 양천구 목동 3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소 사장은 “당국자들의 입에서만 나오던 기준시가 인상과 세 인하 이야기가 오늘 확정된 만큼 예전보다 보유심리가 더 강해지지 않겠냐”며 “당분간 물건들은 ‘잠수를 타’ 거래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K부동산 관계자도 “찾는 사람도 문의를 해오는 전화도 한통 없다”며 “(거래가) 추석 전보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거래 위축 분위기 속에서도 종부세 부담 완화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관찰되는가 하면, 이른바 ‘세금폭탄’ 부담으로 나왔던 매물이 들어감으로써 집값 하락세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서초동의 L부동산 사장은 “물건을 내놓았던 사람들마저 ‘좀 더 지켜보자’며 물건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올려 내놓기 위해 간간이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급매물은 이미 모습을 감췄다”고 말했다. 반포동 주공1 단지 인근의 D부동산 관계자도 “이번 조치가 고가 아파트에 호재로 작용한 만큼 기준시가 6억~9억원 아파트는 물론, 이 이상의 아파트들도 세율 인하로 덕을 보게 된 만큼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어떤 식이든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야 시장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일부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반영하듯 버블세븐 이외의 지역에서는 ‘무관심’ 그 자체였다. 도봉구 창동의 C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연일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이웃 공인중개사들끼리 자리를 같이 해도 종부세 이야기는 입에 오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본부장은 “경기 침체, 대출 규제, 미국발 금융 위기 등의 악재 요인들 탓에 단기간에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정책들은 2, 3년 후에 시장에서 반응을 일으키는 패턴을 보이는 만큼 전반적인 경기가 개선되고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야 고가주택 위주로 거래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민승 기자 이화영 인턴기자(이화여대 생명과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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