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라브 H 하우게
창가의 큰 사과나무를 벴다.
무엇보다, 전망을 가렸으므로,
여름이면 거실은 따분했다,
게다가 도매상들은
더 이상 그런 종류의 사과를 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뭐라 하셨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버진
그 사과나무를 아끼셨다.
그래도 난 그걸 베어버렸다.
한결 밝아졌다,
피오르드를 내려다볼 수 있었고
이웃들이 뭘하는지 더 잘 지켜볼 수 있었다.
집은 이제 전망이 툭 트이고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내보였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사과나무가 그립다.
모든 게 예전 같지 않다. 나무는 좋은 쉼터였고
좋은 그늘이었고, 가지 사이로 태양이
탁자를 훔쳐보았고, 밤이면 자주 누워
가볍게 흔들리는 잎사귀에 귀를 기울였다. 게다가 그 사과들-
봄이면 상큼한 맛이 비할 데 없었다.
둥치를 볼 적마다 마음이 아프다. 물러지면
패어 장작으로 만들어야겠다.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자국의 시인 중 국내에 꼭 소개하고 싶은 시인이 있다며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몇몇 시인과 함께 대사관저를 방문했다. 과연 어떤 시인이길래 공무에 바쁜 대사까지 직접 나서게 된 것일까. 호기심이 동했으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시의 번역은 원래 반역’이라고 하질 않던가.
그러나, 피오르드가 보이는 언덕에서 평생을 정원사로 일하며 살았다는 시인의 사과나무를 만난 순간, 이미 사라진 나무가 내 안에서 수런거리며 살아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환상통을 앓듯 사과나무를 자신의 일부로 기억할 줄 아는 시인의 마음이 아마도 경계와 경계를 넘어 여기까지 온 것이리라. 한 시인을 소개함으로써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 그 웅숭깊은 외교술이 참으로 그윽하다.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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