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외교관 지망생이 주한 미국대사가 되어 돌아왔다.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캐슬린 스티븐스(55) 신임 주한 미국대사는 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 미국대사로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감회에 젖은 듯 "한국에 온 것은 큰 영광"이라며 "33년 만에 대사로 다시 오니 정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한국이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고 가까운 친구"라고 강조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미 남부 텍사스 출신인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75년 미 연방기구인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을 찾아 이듬해까지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로 활동했다. 동료교사, 학생들과 곧잘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이름도 생겼다.
그는 78년 외교관이 된 후 84년 한국에 부임해 89년까지 주한 미대사관과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하며 80년대 한국정치의 격동기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이 때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우리 말에 능통한 그는 한국인과 결혼해 아들도 낳았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스티븐스 대사는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꼽힌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후 구 유고, 북아일랜드, 포르투갈을 거쳐 2005년부터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에 현지문화에 적응하고 언어를 습득하는데 탁월한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