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무대. 헤비메탈의 신이 강림했다.
1970년 영국에서 결성된 이후 메탈의 교과서를 쓰며 차가운 금속성 보컬과 연주를 세상에 뿌렸던 주다스 프리스트. 그들의 첫 내한공연은 서울 도심 한귀퉁이를 순식간에 굉음의 폭격으로 제압해버렸다.
57세의 보컬 롭 핼포드가 고막을 찢는 고음을 쏟고, 61세의 기타리스트 글렌 팁톤이 이에 질세라 헤드뱅잉에 맞춰 현을 쥐어뜯는다.
거기에 드럼은 스틱이 쪼개질 듯 머리 위에서 춤을 추면서 음산한 무대장치는 관객들을 '프리스트 교'로 인도한다. 신보 '노스트라다무스' 발매를 기념한 주다스 프리스트의 내한 무대는 울긋불긋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얼굴을 배경으로 꾸며졌다.
첫 곡부터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비추며 날카로운 연주가 불을 뿜자 주로 30대 남성 헤비메탈 마니아들이 점유한 플로어는 마치 헤비메탈의 교주를 맞이하기라도 한 듯 끓어올랐다.
금빛 망토에 지팡이를 들고 2층 무대에서 나타난 핼포드가 신보의 수록곡인 '프로퍼시'를 시작으로 무대를 이끌자 날 선 그의 목소리는 마치 쇳덩이를 자르는 칼날처럼 관중석으로 날아왔다.
허리를 반쯤 숙이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절도있는 몸짓으로 고음을 소화하는 핼포드의 모습에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팁톤과 기타 주자들은 핼포드보다는 빠르지만 역시 규칙적인 몸짓으로 리듬을 맞춰 정교한 헤비메탈의 정석을 보여줬다.
핼포드는 1987년 명반 '프리스트 라이브'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히트곡 '브레이킹 더 로'를 부르기 앞서 관객을 향해 "브레이킹 왓?(Breaking what?)"이라 소리치며 호응을 유도했고 자신들의 별명이 되기도 한 '메탈 갓스'를 부르면서는 "프리스트 이즈 백!(Priest is back!)"이라 외치기도 했다.
멤버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객들은 고성으로 답하면서 다른 공연장에서 볼 수 없던 열띤 풍경을 연출했다.
핼포드가 왕좌에 앉은 채 무대로 등장해 노래한 '데쓰' 등에 이어 이들의 무대는 헤비메탈의 명곡 '페인 킬러'로 막을 내렸다.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선 멤버들은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에 올라 '헬 벤트 포 레더'를 불렀다.
아쉽게도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서정적 멜로디 라인의 '비포 더 돈'은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메탈의 신이 선보인 1시간 30분의 공연은 시종일관 "당신은 메탈 마니아인가?"를 물어왔다.
그 어려운 질문의 답은 의외로 쉽게 찾아진다. 데시벨의 압박 따위는 잊은 채 고막의 아픔을 즐겼는지 되물어보라. 만일 그랬다면 당신은 프리스트 교의 신도임에 틀림없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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