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CEO만 피해간다(영국 가디언지)" "큰 손실을 낸 사람이 더 큰 보상을 받는 구조다(미 월스트리트저널)"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노동자와 서민이 겪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고액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고 있어 월스트리트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정부가 제출한 7,000억 달러 규모의 규제금융법안에 경영자의 보수 제한에 관한 조항 삽입을 요구하는 등 CEO의 과도한 보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 파산 아랑곳 않는 CEO들의 돈 잔치
경영난으로 기업이 매각 파산의 길을 걷는 와중에서도 CEO만은 고액의 연봉, 퇴직금에 스톡옵션까지 챙기고 있다.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그룹의 안젤로 모질로는 200억 달러의 손실을 안기며 7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회사를 매각했지만 연봉, 인센티브 등을 포함 지난해 약 1,600만 달러를 받았다. 또 퇴직금으로 3,750만 달러를 추가로 챙겼다.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관련해 무려 94억 달러의 손실을 내는 등 72년 역사상 가장 높은 손실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영을 맡은 존 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연봉 4,200만 달러를 받았다. 역시 서브프라임 사태로 지난해 60억 달러의 손실을 낸 씨티그룹 CEO의 찰스 프린스도 지난해 7월 회사를 떠나면서 1,004만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챙겼다.
일부 CEO들은 비난을 의식한 듯 퇴직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구제방침에 따라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AIG의 로버트 윌럼스태드는 2,200만 달러의 퇴직금을 반납했다.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전 CEO들 역시 거액의 퇴직금을 반납키로 했다.
CEO에게만 유리한 연봉 시스템
미국 CEO의 연봉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 감시기관인 '기업도서관(the Corporate Library)'에 따르면 2007년 스탠더드&푸어스(S&P) 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CEO가 받는 평균 연봉은 1,420만 달러였다. '공정경제연대(the United for a Fair Economy)'의 자료에 따르면 미 CEO의 연봉은 일반 노동자 임금의 무려 364배에 이른다.
'경제연구소(Economic Research Institute)'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 실시해 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07년 기업의 수익은 2.8% 증가한 데 반해 경영진의 연봉은 무려 20.5%나 증가했다. 미 노동자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3.5%(미 노동부)에 불과했다.
경영자에 대한 높은 보상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성과와 관계없이 연봉만 상승한다는 데 있다. 연봉조사기관인 '이퀄라(Equilar)'에 따르면 성과와 연동해 연봉을 책정하는 기업은 2007년 18.6%에 불과했다.
실적과 무관한 CEO의 고액 연봉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노동자총연맹-산업별노동조합(AFL-CIO)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액 연봉이 단기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위험 부담 높은 투자를 감행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CEO 연봉을 깎아라
미 민주당은 21일 정부 구제금융 법안에 해당 기업 경영진의 보수에 상한선을 두도록 하는 조항 추가를 요구했다. 상원 금융위원회의 크리스 도드(코네티컷) 위원장은 "재무장관의 판단에 따라 일부 경영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WSJ에 밝혔다.
존 매케인 미 공화당 대선후보 역시 이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정안의 통과 여부는 하원의 손에 달려 있다. 하원 공화당 소속 위원들은 정부구제금융의 결과 재무부의 권한이 강화되는 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구제안은 25일 하원, 26일 상원 표결을 거친다.
하지만 WSJ은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이 CEO의 연봉 규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폴슨 장관은 연봉 제한 규정으로 구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소액주주 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CEO의 연봉에 대한 규제 마련을 주장해왔다. 전미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의 연금ㆍ사회보장 담당자인 리처드 펠로토씨는 WSJ에 "그들이 우리에게 돈(세금)을 요구한다면, 우리에게는 경영진의 권력 남용을 막을 장치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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