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로 돈줄이 막히면서 중소기업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화의 환율 급등으로 통화옵션상품(KIKO)에 가입했던 태산LCD 등 우량 수출기업마저 쓰러지고 있다.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아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태산LCD는 연 매출이 6,000억원이 넘고,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중견 업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장사를 잘하고도 환(換)헤지(위험회피) 상품 가입을 잘못해 쓰러진 경우이기 때문이다.
키코의 이점은 기업과 은행이 약정한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계약금액을 시장환율보다 높게 은행에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기업이 계약액의 2~3배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에서 비싸게 사 은행에 싸게 팔아야 하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문제는 환율 급등으로 키코에 투자한 중소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한 480개 중소기업과 39개 대기업의 손실금액이 6월말 9,678억원에서 최근 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 130여 개사는 "은행들이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계약을 권유한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키코 사태를 방치하면 수출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별다른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는 것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키코에 가입한 건전한 중소기업들마저 흑자도산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라며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지 않도록 금융감독을 강화해달라"고 건의한 것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키코에 투자한 중소기업들은 은행이 손실을 입혀놓고 대출마저 죄고 있다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비올 때 우산마저 빼앗는 행태다.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이 일시적 자금난에 몰려 흑자도산하는 사태가 없도록 대출 회수를 자제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신속히 강구해야 한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