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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쓰레기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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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쓰레기 경제학'

입력
2008.09.2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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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학자 데어드르 맥클로스키는 1968년 하버드 대학원학생 때 시카고 학파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발탁돼 시카고 대학 정년보장(tenure) 교수가 된 여성이다. 그러나 1979년 아이오와 대학으로 옮겨 경제학 수사(rhetoric)와 철학 등을 천착, 주류 경제학에 맞서는 많은 논문과 저서를 냈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은 쓸모 없는 이론을 제시하기 일쑤라고 비판했다. 2002년 저서 <경제학의 숨은 죄악> 에서는 "최고의 경제학 저널에 실린 논문 대부분이 비과학적 쓰레기"라고 매도했다.

■저명한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길핀은 2001년 저서 <세계정치경제> 에서 경제학이 추상적 모델과 수학적 이론에 매달리는 바람에 갈수록 현실과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의 역할과 정치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간과한 채 시장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 의존하는 탓에 공적 토론이 실제 겉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때문에 흔히 경제학을 잘못 이해하거나 악용, 국내외 경제 문제에 만병통치약과 같은 해법을 제시하는 무리들이 경제학자들의 지적 공백을 메우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개탄했다.

■어설픈 지식을 무릅쓰고 경제학 이야기를 꺼낸 것은 미국이 주도한 금융경제, 금융자본주의를 '만병통치약'처럼 떠받든 이가 유난히 많은 우리 사회에서 진솔한 각성과 교훈을 듣기 어려운 때문이다. 섣부른 세계화, 금융개방을 외치다 외환위기를 겪은 뒤에도 규제 완화와 민영화 등 시장 중심의 금융경제 논리를 떠든 학자와 언론이라면, '금융자본주의의 종말'이 거론되는 마당에는 근본적 성찰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또 그래야 난해한 위기상황이 마냥 불안한 대중이 앞날을 헤아리는 데 도움될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모리스 알레는 일찍이 "세계가 거대한 카지노가 됐다"고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경고했다. 같은 프랑스 학자 미셸 알베르는 1991년 저서 <자본주의 대 자본주의> 에서 투기적 시장 중심의 영미 자본주의 모델을 사랑의 여신 비너스에, 사회적 규제와 국가 역할을 강조하는 독일과 유럽 및 일본 모델을 결혼의 여신 주노에 비유했다. 이런 안목이 새삼 조명을 받는 가운데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월 스트리트와 시티(the City)는 더 이상 제도가 아니며, 뉴욕과 런던은 국제금융 중심으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있다. 우리 사회만 '쓰레기 경제학'에 매달리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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