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은행지주회사 전환 승인으로 20여년 간 월가를 풍미했던 투자은행(IB)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에 따라 일반 예금 등을 받을 수 있는 상업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됐다.
월가 5대 투자은행 중 3~5위 규모였던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가 파산하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된 데 이어 1, 2위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마저 21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은행지주회사로의 기업구조 변경을 승인 받으면서 예금 기반이 없는 독립된 형태의 대형 IB는 이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중앙은행으로부터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은 모건스탠리가 FRB로부터 추가 대출이 가능해짐으로써 와코비아와 진행 중이던 합병 논의를 보류하는 대신, 시간을 두고 소매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항구적인 유동성 접근과 자금조달을 위해 FRB의 규제를 받기로 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가 보다 안전한 금융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 겸 CEO도 "이번 결정이 모건스탠리를 새롭고 강력한 위치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진 대가로 두 회사는 '규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투자'라는 이점을 포기했다. 감독기관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FRB로 바뀜에 따라 의무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하는 등 훨씬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다. 물론 앞으로도 증권 발행 및 인수ㆍ합병(M&A) 자문 등 투자은행의 고유업무는 계속되겠지만, 자기자본의 수십 배에 이르는 차입 투자로 막대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거둬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IB 전성시대는 종언을 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주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3분기 순이익을 발표했던 두 회사가 자발적으로 은행지주회사 전환을 요청한 것은 독립 투자은행의 차입 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그만큼 훼손됐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 투자은행들은 레버리지에 중독돼 신용을 잃었다"면서 "FRB 관리들도 단기 자금 시장에 의존하는 투자은행들이 최근의 자금경색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 보고 이들 회사 경영진과 여러 차례 사업구조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UBS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리스크 비율)은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올랐다. 메릴린치의 레버리지 비율은 2003년 15에서 지난해 28로 급등했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33, 28에 이른다. 진메리 맥패든 모건스탠리 대변인은 FRB의 발표 직후 "세계가 변한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레버지리 비율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로 독립 투자은행 모델이 사라질 것이라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예상은 또 다시 적중했다. 그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2006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발 금융위기를 예언(?)했고, 올해 초에는 "대형 투자은행이 한두 개 무너질 것"이라며 베어스턴스 사태를 예견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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