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융위기는 최강대국 미국을 ‘대공황 직전’까지 몰고 갔으며, 상황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해외에 많은 부분을 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금융위기를 겪지 말란 법은 없다. 미국을 타산지석 삼아 국내 금융시스템에도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선 우리나라의 ‘미국식’ 금융선진화가 계속돼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공동의 해답을 찾는 것이 첫번째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21개 관련법 제ㆍ개정을 통해 1,000여개의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미국식 글로벌 IB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선진화’가 모델로 삼았던 미국 IB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이 같은 금융개혁 방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계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21일 “미국식 금융체제를 모델로 한 산업은행 민영화, 금융허브 구상, 금산분리 해체, 자본시장 통합 등의 규제완화 등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글로벌 IB가 답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와 시장, 투자자가 서로 소통하며 해답을 함께 찾아가는 것. 그러나 정부는 이번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줄곧 “우리나라가 직접 입을 손해는 미미하다.
진짜 위기는 없다”며 단기적 시장 안정에 치중한 발언을 했을 뿐,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처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했다. 미국 등 전세계 국가들은 금융 감독강화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20일 청와대는 오히려 경제부처장관과 금융위원장, 한국은행장 등을 소집해 “금융개혁 법안 처리를 서두르라”고 독촉했다.
두번째 과제는 금융감독능력과 위기대응능력을 배양하는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위기가 나타났을 때 미적거리지 않고 바로 도산시키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신속한 정책결정을 보여줬다”며 “과연 우리나라였다면 이렇게 신속, 과감한 조치가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이 첨단화 할수록 위험도 정교해지기 때문에 우수한 금융감독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지속적 시장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규제는 완화하지만 감독은 강화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시장과 학계는 당국의 감독능력에 대해 그리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최근 문제가 커지고 있는 ‘키코’(KIKO)의 경우 금융위, 금감원에서는 은행이 키코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했으나, 기획재정부는 환율개입을 통해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키운 식”이라며 “정부조직이 따로 행동한다면 제대로 된 감독과 위기관리 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