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弱冠)' 김현수가 무섭다. 치는 걸 보면 신이 들린 듯하다. 김현수는 지난 주말 롯데와의 3연전에서도 5할이 넘는 맹타로 두산의 싹쓸이 선봉에 섰다. 필자는 지난 21일 롯데-두산의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부산에 갔을 때 김현수의 타격을 유심히 분석해봤다.
김현수가 잘 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김현수는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오른발을 들지만 외다리 타법은 아니다. 다리를 들어 타이밍을 잡을 뿐 체중 이동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서 오른발을 땅에 디딘 뒤 타격을 하는 것이다.
오른발을 미리 내디딘다는 것은 몸쪽 공에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오른 무릎을 굽히지 않고 곧게 편다. 오른 무릎이 펴지기 때문에 포인트를 최대한 뒤에 두고 몸쪽 공을 때릴 수 있는 것이다.
김현수는 바깥쪽 변화구에도 대처가 잘 된다. 이유는 팔에서 찾을 수 있다. 김현수의 방망이는 나가는 순간까지도 아래로 처지지 않는다. 또 공을 때릴 때 왼팔을 잘 사용하기 때문에 왼손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에도 강하다.
파리채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평소엔 두 손으로 들고 있다가도 파리를 내려치는 순간에는 결국 한 손을 사용한다. 결국 자기가 주로 사용하는 손에 의존한다는 것인데 김현수는 공을 때리는 순간 왼손을 기가 막히게 이용한다.
김현수를 10여 년 전 이승엽과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시 이승엽은 오른발을 높이 들어 체중이동을 시키는 스타일의 타격을 했다. 타고난 손목 힘과 체중이동 덕분에 이승엽은 한 시즌에 홈런을 50개 이상 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번 타이밍을 놓치기 시작하면 슬럼프가 깊어졌던 단점이 있었다.
김현수는 오른발을 들긴 하지만 체중이동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슬럼프가 길어질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올시즌 꾸준한 활약 비결도 그런 데서 찾을 수 있다. 다만 손목 힘과 순간 힘을 모으는 능력은 이승엽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승엽이 전형적인 홈런타자인 데 반해 김현수가 정확성을 겸비한 중거리 타자인 이유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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