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전 KTF 사장의 구속은 충격이다.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며 국내 정보기술(IT) 발전을 이끌고, 국립합창단 이사장을 맡을 만큼 문화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깔끔한 이미지의 조씨였기에 국민들은 그의 구속 소식에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검찰이 밝힌 비리 혐의는 경악스럽다.
처남들을 동원해 차명계좌를 개설ㆍ관리토록 하고 수금까지 시키는가 하면, 검은 돈을 받을 때는 금융감독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2,000만원 이하로 잘게 쪼개 송금토록 했다. 게다가 부인을 납품업체 계열사 감사에 앉히고, 부인은 그 회사 대표가 보낸 돈을 수시로 찾아 썼다니 기가 막힌다. 3억~4억원 이상 되는 연봉과 성과급도 모자랐단 말인가.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정치권 인사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객관적으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조씨가 사리사욕만을 채우기 위해 납품업체로부터 25억여원을 받아 챙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씨는 이 업체 대표에게 "투자에 사용한다"며 현금과 수표 10억원을 한꺼번에 받아간 것으로 드러나 이 중 상당액이 정치권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조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관련자 진술로 드러난 만큼 검찰은 자금흐름 추적과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여러 의혹을 명백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동통신 업계에 구조적 납품 비리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수백 개 업체가 치열하게 납품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검은 유착 관계가 형성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검은 돈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도 수사는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KTㆍKTF 합병 차질 등 경영공백을 우려하지만,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 체질을 더 튼튼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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