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음악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무대 중 하나는 미국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61)의 독주회일 것이다. '건반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그를 10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페라이어는 2002년 한국에서의 첫 연주를 했다. 2004년 다시 오려다 손가락 염증이 재발해 공연 일주일 전 취소했다. 다시 4년을 기다린 데 대한 보상일까, 프로그램이 놀랍도록 풍성하다.
바흐의 '파르티타 1번', 모차르트 '소나타 K.322', 베토벤의 '열정', 쇼팽의 '발라드' 3번과 4번, '에튀드' 중 4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그를 만나봤다.
- 최근 바흐 음반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손가락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는 동안 바흐의 음악이 위로와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당신에게 바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할 때도 늘 바흐를 의식하게 된다.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바흐 작품의 핵심은 대위법인데, 바흐만큼 종교적 감동과 그 외의 보편적인 감동을 담아 대위법을 완성도 있게 표현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바흐의 음악을 수시로 듣고 그의 작품을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 피아니스트에게 손이 아픈 건 치명적이다. 당신은 1991년과 2004년, 두 차례나 손가락 염증으로 2년씩 연주를 중단해야 했다. 지금 손가락 상태는 어떤가.
"작년 한동안 다시 아팠지만, 올해 들어 벌써 두 번 무대에 서며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잘 관리하고 있어서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 음악가로서 바람직하게 나이 드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 방법에 맞게 아름답게, 바람직하게 나이 들고 있는 연주자는 누가 있을까.
"호로비츠, 루빈스타인, 제르킨, 켐프 등이 나이 든 후에도 연주자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은 대표적 예다. 그건 꾸준한 연습은 물론이고 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할 때 가능한데, 이 피아니스트들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모두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음악가로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음악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성장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 피아니스트로서 언제 가장 행복한가. 무대 위나 무대 뒤? 아니면 음악 외적인 부문에서 행복을 느끼는가.
"예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게 됐을 때 행복을 느낀다. 어떤 부분이 눈에 들어와 '아, 작곡가가 이래서 이 부분을 이렇게 썼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때 특권을 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러 요소가 하나의 연주에 집중되어 '내가 의도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이런 소리를 원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멋진 경험을 하곤 한다. 하지만 '바흐가 이 음을 이래서 여기에 뒀구나' 하는 식의 깨달음은 주로 무대 밖에서 경험하게 된다."
-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해 달라.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설렌다. 한국을 생각하면 좋은 감정이 떠오르기 때문에 마냥 기대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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