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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도 "망했어요…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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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도 "망했어요… 살려줘요"

입력
2008.09.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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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매출 부진으로 병원 문을 닫은 성형외과 의사 B씨는 지난 4월 수도권의 한 도시로 옮겨 개원했다.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입에도 불구하고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금 원금 및 이자가 1,4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B씨는 병원 이전과 함께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아 일부 채무를 상환했지만 결국 지난달 말 12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폐원했다. 그 길로 B씨는 법원을 찾아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경기불황의 꼬리가 길어지면서 서민뿐 아니라 자영업자 등 중산층도 부채를 견디지 못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서민들의 일반 개인회생과 달리 중산층의 '고액채무 회생'은 부채 5억원(담보채권은 10억원) 이상의 고액 채무자(또는 기업)가 일정 채무를 계획에 따라 상환하는 대신 나머지 부채를 탕감받는 제도다.

과다한 채무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경우 개인이나 법인 모두 파산을 신청할 수 있지만 파산자에게는 각종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향후 사업을 계속하려는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은 회생절차를 더 선호한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이 법원에 접수된 고액채무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35건으로, 지난해 연간 41건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4건)에 비하면 50% 가까이 증가했다. 직업군 별로는 의사와 한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고액채무 개인회생 신청은 개업이나 시설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 경기악화로 매출이 줄자 법원에 구제의 손길을 내미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경기불황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일 것"이라며 "의사와 한의사들의 회생절차 신청이 특히 많은 가운데 업종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된 기업회생 신청 건수도 51건으로 지난해 연간 29건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80% 가량은 자본금 1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는 "아직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탓인지 적기(適期)를 놓쳐 상황만 더 악화된 뒤에 회생절차나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채무변제 노력을 성실히 하면 3~5년 후 남은 빚을 면책해 주는 만큼 회생절차는 재기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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