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댄스와 5명의 죄수가 탈옥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결합한 한국의 넌버벌 퍼포먼스 '브레이크 아웃'이 상업예술의 메카 뉴욕에 순조롭게 입성했다.
오프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 지구 외곽 100~500석 규모의 극장을 가리키는 말)에서 가장 큰 499석 규모의 유니온스퀘어 극장에서 18일(현지시간) 개막한 '브레이크 아웃'은 10월 12일까지 4주 간의 공연을 통해 오픈런(종연일을 정하지 않은 공연)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난타'와 지난 7월까지 약 10개월 간 뉴욕에서 공연된 '점프'에 이어, 오프브로드웨이 장기 공연의 신화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다.
■ 비보이의 고향 뉴욕을 사로잡다
19일 오후 7시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17번가 유니언스퀘어 극장. 10명의 비보이와 비걸의 역동적인 군무로 막을 연 '브레이크 아웃'이 뉴욕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브레이크 아웃'은 '점프'의 김경훈 프로듀서가 제작한 또 하나의 넌버벌 퍼포먼스로, 지난해 4월 첫 선을 보인 뒤 영국 런던과 에든버러, 라오스와 인도 등 해외에서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공연은 장소가 비보이의 본거지 뉴욕으로 달라졌을 뿐 객석의 호응은 여전했다. 499석 중 유효좌석 35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다섯 죄수 중 사고뭉치 조커가 정체를 드러내는 극 초반부터 마음을 열었고, 1시간 20분의 러닝타임 내내 즐거워했다.
특히 배우의 얼굴에 조그만 인형의 몸통을 붙여 표현한 땅굴 탈출 장면에선 박장대소와 함께 우렁찬 중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의 60% 이상이 관광객인 브로드웨이와 달리 오프브로드웨이는 뉴욕 현지 관객이 즐겨 찾는다. 온 가족이 함께 '브레이크 아웃'을 관람한 뉴욕시민 줄리 터너 가족은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는 "7살 된 아들이 관람 내내 '공연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아들은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멋진 춤을 꼭 출 것"이라고 거들었다. "완벽하고 환상적인 쇼"라고 소감을 밝힌 60대의 야엘 파즈는 "힘만 되면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겨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개막 직후 관객의 반응이 우호적이라고 해서 '브레이크 아웃' 뉴욕 진출의 성공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 비평가들의 공연 리뷰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
뉴욕타임스, 뉴욕포스트 등의 현지 언론 관계자들이 19일 유니온스퀘어 극장을 찾은 데 이어 20일에는 AP통신, 21일에는 로이터와 타임아웃의 관계자 등이 공연장을 찾았다.
■ 명분보다 실리를 찾을 때
오프브로드웨이 장기 공연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시험하는 이번 무대는 한국 업체 쇼앤아츠가 독자적으로 프러덕션을 꾸렸다는 점에서 이전의 브로드웨이 한국 공연과 차별화된다.
그동안은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해외 무대를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점프'의 제작사 예감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던 한경아 쇼앤아츠 대표가 직접 나서 미국 현지 스태프를 구성했다.
제너럴 매니저는 연극 '39계단'을 진행한 로이 개베이 프러덕션, 광고마케팅은 EMG, 홍보는 O&M이 맡았다.
한 대표는 "이제는 브로드웨이 진출의 명분보다 실리를 따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한국 작품이 해외 공연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려면 해외 파트너 없이 직접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단순히 명예로 볼 게 아니라, 돈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뉴욕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브로드웨이 장기 공연의 필수 조건은 충분한 자본력과 인내심"이라는 EMG의 CEO 바버라 엘리런의 말과도 일맥 상통한다.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의 광고마케팅만 20여년간 해 온 엘리런은 "'브레이크 아웃'처럼 댄스와 코미디 연기를 모두 담은 공연은 지금껏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쇼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레이크 아웃'은 뉴욕에 이어 10월에는 방콕, 내년에는 싱가포르와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투어가 이어진다.
뉴욕=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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