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말 한미 방위비 분담 3차 협상이 워싱턴에서 속개된다. 2004년부터 외교부로 협상 창구가 이관되고 올해부터 방위비분담 전담대사라는 직책까지 생기면서 협상의 성과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협상의 쟁점은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율 50% 의 수용 여부와 현금 지원을 현물 지원 방식으로 바꾸는 문제로 요약된다. 특히 현금 지원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현금으로 미군에게 제공한 방위비 분담금의 시설 지원분이 미 2사단 이전비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 때문이다.
▲ 분담율 50%ㆍ현금 지원이 쟁점
국회에서 비준된 용산 기지와 미2사단 기지의 평택 이전과 관련된 양국의 합의문에 의하면 용산 이전 비용은 한국측이 부담하고, 미 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군 측은 군사건설 항목에 책정된 분담액 중 불용액이 발생하여 시중은행에 예치하였고 이것은 미국 자산이므로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의 추산액보다 전체 공사비가 갈수록 늘어가는 마당에 미 2사단 이전비용까지 사실상 우리가 떠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측에서 어떤 설명을 하던지 간에 한국 국민들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는 미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현금 지원의 문제점은 사실 주둔군지위협정 정신과의 불일치, 집행의 불투명성, 미군측의 수혜 체감도의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이 방식은 동맹국간 신뢰 훼손과 부수적 정책효과의 상실뿐만 아니라 제도적 적합성과 비용 대 효과 측면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이러한 집행 방식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나토 회원국이나 일본의 방위비 분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이다. 주일 미군의 경우 일일이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의 목록을 작성하여 일본 정부측에 제시하고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그 소요분만큼 현물로 지원 받는다. 한국의 경우는 방위비분담 총액을 합의하고 그 중 일부는 현물로 제공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미군기지 내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와 막사 등 시설제공을 위해 현금으로 미군 구좌에 입금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미국의 군사변환에 따른 역외 기동군으로의 재편으로 미군은 앞으로 특정지역에 고정 배치되지 않을 것이므로 방위비분담 요구의 근거인 현지발생 비용액 역시 언제든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소요에 기초한 지원이 아니고 총액을 매년 물가인상분 등을 감안하여 증액해 주는 현재 방식은 결과적으로 우리 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게 된다. 전국의 많은 미군기지가 계획대로 폐쇄되어도 지원총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과잉 지원을 놓고 한미 당국이 옥신각신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방위비 분담의 애초 목적은 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제공하는데 있다. 미군은 갈수록 한반도 방위는 한국에게 떠넘기고 역외 작전에 눈길을 돌리려 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은 주한미군의 규모를 반영한 소요와 연계되도록 해야 그나마 미군을 붙잡아 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미국도 '동맹 신뢰' 강화에 힘써야
미국 측에서는 오랜 제도의 관성과 예산 운용의 편의성을 내세워 현금 지원을 고집할 것이다. 하지만 동맹의 신뢰를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기 위해서도 미국이 계속 방위비 분담금의 일부를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을 둘러싼 시민 단체의 반발로 홍역을 치룬 만큼 이번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어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남창희 인하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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