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85호인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2003년 서울대 석조문화연구소의 암석 강도 조사 과정에서 해머로 최소 189군데 이상 타격을 입어 훼손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0일 동국대에서 열린 '동악미술학회 특별 학술세미나'에서 '반구대 암각화의 안정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석조문화연구소가 암석의 풍화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슈미트 해머'로 암각화 표면 전체에 30㎝ 격자간격으로 189곳을 타격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슈미트 해머란 700g정도의 무게의 특수 망치로, 토목공사 현장이나 문화재로 분류된 암석의 강도를 추정할 때 사용되는데 석굴암 등 국내외 문화재의 강도 측정에도 이용됐다.
이 교수는 "석굴암과 같은 화강암에 슈미트 해머를 사용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1~2㎝의 얇은 피막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훼손 우려가 높다"며 "실제 반구대 암각화와 비슷한 암각에 당시 사용된 것과 유사한 쇠망치로 실험한 결과, 암각 표면에 미세한 금이 가거나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 석조문화연구소 측도 암석의 강도를 신중하게 조사하기 위해 독일 기술자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지만 얇은 피막으로 덮여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특징을 잘 모른 채 실험을 진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189곳을 최소 한 차례 이상, 많게는 3~5차례 정도 타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미세한 균열로 물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며 "현재 침수와 건조를 반복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물속에서 빨리 건져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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