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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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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목장

입력
2008.09.2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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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

샘 치러 나가볼까 합니다

그저 물 위의 나뭇잎이나 건져 내려구요.

(물이 맑아지는 걸 지켜 볼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같이 가시지요.

엄마소 옆에 있는

어린 송아지를 데리러 가려구 해요.

너무 어려서

엄마소가 핥으면 비틀거리지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같이 가시지요.

로버스 프로스트 씨의 목장에서 온 농촌체험 초대장이다. 잔뜩 기대를 갖고 프로그램을 펼쳐보았는데 다소 실망스럽다. 고구마 캐기나 갯벌체험 행사들처럼 뭔가 신나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저 물 위의 나뭇잎이나 건져 내”는 샘 청소와 송아지 데리러 가기가 다다.

그러나, 실망은 이르다. 천성이 소박한 시인의 품성대로 이 검박한 초대장은 사소함에 대한 열정이 사랑을 불러옴을 요란스럽지 않게 들려준다. 샘을 치는 일은 사실,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행위와 같다.

나뭇잎을 건져내는 사소한 행위에 집중함으로써 샘물과 내 마음의 물결이 겹쳐진다. 겹쳐질 때 일어나는 파문, 그 파문을 양팔을 벌려 품은 샘물이 바로 괄호다.

샘물의 눈에 들어온 송아지는 어떤가. “엄마소가 핥으면 비틀거리”는 어린 송아지는 세상의 모든 자극에 온몸으로 반응할 줄 아는 각질 없는 마음을 가리킨다.

그런 송아지에겐 등을 빗질하며 지나가는 바람과 들판을 어루만지며 가는 구름 그림자, 그리고 자신을 쓰다듬는 시인의 다감한 눈길이 모두 어미의 혀와 같을 것이다.

그러니, 샘에 앉은 나뭇잎 하나 건져내는 일을 누가 사소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소하다면 그것은 우주적인 사소함이다. 이 우주적 사소함으로 사무실 구석에 처박아 둔 화분의 이파리에 앉은 얼룩이라도 닦아봐야겠다.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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