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이스라엘 집권당 카디마당의 당수 경선에서 승리,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치피 리브니(50) 외무장관의 ‘스파이’ 경력이 화제다.
리브니 신임 당수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 세계 최고 정보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모사드의 비밀 첩보원으로 프랑스 파리에 파견됐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다만 구체적인 스파이 활동 내용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소문만 있었으나 영국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가 20일 그 일부를 소개, 다소나마 궁금증을 풀어줬다.
신문에 따르면 리브니 당수는 당시 모사드의 유럽 지부에서 일하면서 상당히 위험한 임무를 수행했다. 모사드의 에프라임 할레비 전 국장은 “리브니가 80년에서 84년까지 일단의 정예 그룹에 소속돼 있었다”며 “그는 매우 전도 유망한 공작원이었으며 스파이로서의 모든 특수 능력을 겸비했었다”고 술회했다.
아버지가 유명한 시오니스트 유격대원이었던 리브니 당수는 프랑스어에 능통했다. 그가 주재했던 시기에 파리는 모사드와 팔레스타인 조직 사이의 물밑 싸움이 치열했던 곳이고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핵무기 야심을 저지하기 위한 전쟁터였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리브니 당수는 초기에 다른 신입요원들 같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암살단과 고위급 비밀요원이 임무를 실행할 때 사용하는 안전가옥을 관리하는 ‘학생 임무’를 맡았다.
할레비 전 국장은 “‘학생 임무’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때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리브니 당수는 ‘초짜’딱지를 뗀 뒤 중견 요원 훈련을 받았고 어떻게 공작원을 포섭하고 정보를 수집하는지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1967년 6일전쟁 이래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파리는 모사드의 중요한 정보기지였고 모사드 요원들은 파리에서 각종 암살 임무를 집행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침투해 암약하기도 했다.
각국 정보기관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로저 펄리곳은 리브니가 파리의 아지트에서 언어와 분석 능력을 활용, 정치공작과 정보분석을 맡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리브니 당수가 파리에 있던 1980년 6월 이라크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이집트인 과학자가 현지 호텔 방서 피살됐었다. 또 한 프랑스 언론은 리브니 당수가 속한 모사드 조직이 1983년 파리에서 이라크 핵과학자 압둘 라술을 독살한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할레비 전 국장은 리브니 당수의 모사드 경험은 당장 이스라엘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브니 당수는 앞으로 42일 동안 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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