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하이오주 디모인에서 비서로 일하는 로리 스턴은 최근 커피숍의 부업 자리를 잃었다. 가게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의 공장 근로자인 베스 사이들은 아침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하기 때문에 새벽에 일이 끝나는 야간근무를 한다.
기름값, 보험료를 걱정하고 실직의 우려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이들은 나이 50을 넘긴, 고교 정도밖에 교육을 받지 못한 중년 백인 여성층이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대형 할인매장을 이용한다고 해서 '월마트 맘'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시사주간 타임(19일자)은 이들을 '맥스트 아웃(Maxed–Out) 맘'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전했다. 카드 신용 한도가 꽉 차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는 여성층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현찰이 없어 각종 공과금마저 카드로 결제해야 할 정도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있다.
타임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당락은 이들 맥스트-아웃 맘의 표심이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1996년 대선 때 빌 클린턴의 재선을 이끈 '사커(Soccer) 맘'과 9ㆍ11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임을 도운 '시큐러티(Securityㆍ안보) 맘'의 계보를 잇는 이들은 전체 유권자의 12%에 달하는 최대 부동층이다. 후보 지지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이듯 이들도 기본적으로는 매케인보다는 오바마쪽에 더 눈길을 두고 있다고 타임은 밝혔다.
사이들은 "매케인은 부자들에게만 관심을 쏟는 것 같다. (러닝메이트인) 세라 페일린은 300달러가 넘는 안경을 쓰고, 부인 신디는 구치 옷을 입는다"며 "그가 나 같은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선거본부장이었던 메리 커힐은 "이들은 새로운 정보에 따라 매일 표심이 흔들리는, 투표 가장 막판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층"이라며 "민주당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이들이 매케인보다는 오바마로 돌아설 거라고 보는 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가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1~15일 타임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층에서 둘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노년층과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매케인이 오히려 18% 이상 단연 앞서고 있다. 경선 때 힐러리 의원의 선임 선거전략가로 일했던 제프 가린은 "여성들이 오바마에게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민주당에 투표하기를 원하지만 오바마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민주당 후보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오바마보다 나이가 더 많은 맥스트-아웃 맘은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이어서 경험 없는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지 회의적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은 오바마가 내건 '변화'에도 쉽게 호응하지 못한다. 아이오와주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데브 앤더슨은 "변화라는 게 정확히 무엇이냐"며 "나는 너무 지치고 힘들다. 진실이라고 믿기에는 그는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하키 맘'을 자처하는 페일린의 등장은 맥스트-아웃 맘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페일린이 온난화를 인정하지 않고,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한 낙태를 반대하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 여성 유권자의 70% 가까이가 반대하고 있지만, 맥스트-아웃 맘은 5자녀의 어머니인 페일린의 삶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타임 여론조사에서도 이들의 68%가 페일린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은 세상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맥스트-아웃 맘의 복잡한 심리를 헤아릴 수 있는 후보가 클린턴, 부시 대통령의 뒤를 이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맘(mom)들
1996년 빌 클린턴 재선의 일등공신인 백인 여성층은 자녀들을 축구 교실에 데려다 주는, 자녀교육에 적극적인 중산층이라고 해서 '사커 맘(Soccer mom)'이라고 불렸다. 이들은 2004년 대선에서는 9ㆍ11 테러의 여파로 안보를 강조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도왔다는 뜻에서 '시큐러티 맘(Security mom'안보 맘)'으로 변모했다. 이제 나이 50을 훌쩍 넘겨 중장년층이 된 백인 여성층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가정을 잘 지킬 수 있는가이다.
절약하느라 대형 할인매장에 다닌다 해서 '월마트 맘(Walmart mom)'이라고 불리지만 '맥스트-아웃 맘'은 이들의 경제상황이 더 비관적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용어이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이 유행을 일으킨 '하키 맘(Hockey mom)'은 알래스카처럼 추운 날씨의 미국 북부지역에서는 하키가 축구보다 더 인기가 많다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사커 맘과 비슷하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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