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의자를 치워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주입식 인지교육을 하는 것은 아이를 멍청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어릴 때 마음껏 뛰놀아야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밝아진다는 ‘심리운동론’으로 독일에 새로운 유치원 바람을 일으킨 아동교육학자 레나테 침머(61ㆍ독일 오스나브뤼크대) 교수가 18일 한국에 왔다.
“시끌벅적하게 놀아야 똑똑해집니다.(toben macht schlau) 어린이들은 책상에 앉아 시키는대로 하는 것보다는 실내외 어디에서나 몸으로 부딪치면서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을 때 문제해결능력도 높아지고 자부심도 커집니다. 책상물림 교육을 받으면 어릴 때 반짝하고 똑똑해보이겠지만 커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줄도 모르고 무엇보다 자부심이 낮아서 심리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가 이 같은 심리운동론에 눈뜬 것은 1970년대 초등학교 체육교사를 할 때였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굼떠서 또래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어린이들에게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권한 결과 두 달만에 적극적으로 또래들과의 놀이에도 참여하고 학습능력도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 체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초반에 독일 니더작센주 오스나브뤼크 인근의 라이네 마을에 ‘움직이는 유치원’을 만들었다. 심리운동론은 신체 활동을 제시하며 어린이들을 이끌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발도르프 교육과도 다르다. 아이들이 관심 갖는 사물을 이용해 저마다 다른 신체운동에 빠지도록 장려한다. 이 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이 화장실에 갈 때도 발걸레를 끌거나 스키를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자발적인 차이와 체험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주도권을 가져야 진정한 학습이 이뤄진다”는 그의 이론은 이후 독일에서 많은 유치원들이 따라왔으며 독일 니더작센주는 최근 그를 조기아동교육ㆍ발달연구소장으로 위촉, 심리운동론에 따른 유아교육을 지역내 아동교육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에도 방한했던 그는 서울 거리 곳곳에서 아이들이 할 일을 대신해주는 학부모를 무척이나 많이 목격했다고. “아이 스스로 장애물을 발견하고 피해가는 것도 공부인데 한국에서는 자녀의 목표를 부모가 설정해놓고 거기에만 도달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교사와 부모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잉행동을 하는 것도 어릴 때 몸으로 발산하는 행동을 금지당했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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