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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섬섬옥수' 허영호의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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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섬섬옥수' 허영호의 힘은…

입력
2008.09.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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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곱상한 외모. 바둑돌을 예쁘게 집어다 놓는 섬섬옥수. (신기하게도 남자 기사들은 손이 여자처럼 예쁜 사람들이 많다) 영호가 처음 입단했을 때 나를 비롯해서 많은 '누님'들이 '여자 애처럼 귀엽게 생겼다'며 장난을 많이 쳤다.

한데 지금은 '아줌마'가 됐다. 영호는 별명이 꽤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허주부', 한 마디로 '아줌마스럽다'는 뜻이다. 동료들과 가끔 볼링을 치러 가는데 그때도 역시 '허주부'가 된다. 보통 남자들은 무거운 공을 세게 굴리지만 영호는 힘들다며 여자애들이 골라놓은 공을 굳이 같이 쓰자고 조른다.

공은 또 얼마나 조심스럽게 살살 굴리는지. 신기하게도 점수는 좋다. 게다가 대단한 미식가여서 맛있는 거 찾아 다니며 먹는 걸 인생의 낙이라 생각한다. 용돈도 대부분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데 거의 다 쓸 정도다.

영호는 경기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친구들과 여행도 자주 가고 공연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같은 또래 남자애들과 다른 점은 술이 무척 약하다는 사실.

한 두잔 마시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매우 힘들어 한다. 노래방도 별로 안 좋아한다. 어쩌다 동료들과 노래방 가자는 말이 나오면 으레 꽁무니를 뺀다. 이렇게 술과 노래를 멀리하니 저절로 '바른 생활'이 된다.

한데 말이야, 남자가 그래서야 나중에 사회 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내가 술을 좀 가르쳐야겠다. 그나 저나 이 글 보면 또 노발대발 하겠네. 영호가 맨날 하는 말. "그래도 민진이 누나보단 내가 (술이) 세지." 하지만 나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1986년생.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신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2001년 열다섯살에 입단해서 벌써 8년째 프로 기사 생활을 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지난 2004년에 이어 올해 또 농심배 국가 대표로 뽑혔고 마스터즈 배와 신인왕전에서 우승하는 등 이미 한국 바둑계의 유망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그 화려한 이력의 원동력은 '성실함'이다. 워낙 여행 다니길 즐기고 놀기도 좋아해서 평소 공부량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몇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니 매일 같이 연구실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고 전혀 방황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숨어 있었다.

프로 기사들은 직업상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생활이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은데 영호는 늦잠 한 번 자는 법이 없다.

'강하다'고 했을 때 흔히 패기나 호기를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진정한 강함이란 흔들리지 않는 성실함과 어떤 일을 규칙적으로 계속하는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때는 생글생글 잘 웃는 편한 동생이지만 삶 전체의 균형을 잃지 않고 항상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강한 속내를 갖고 있는 영호. 그는 이미 초일류 기사의 문턱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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