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시행되는 고령화 사회 대책이 경제성 없는 소비의 장이 될 것인가, 새로운 산업의 장을 열 것인가는 출발점에서 방향타를 쥐고 있는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최근 가계지출 양상은 현재진행형 지출에서 건강관리, 노후대책 등과 관련된 미래대비형 지출들이 점증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가 고령화 사회에 대한 재정적 부담과 사회적 책임을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가 지난 7월 1일부터 '노인 장기 요양 보험' 제도를 시행한 것도 이런 책임에서 출발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에서 수십 년 앞서 요양보험을 도입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미국은 시설 위주의 노인요양 대책을 시행했다가 지출규모 확대의 벽에 부딪혀 재택 장기환자 지원 및 간병 인프라 확대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일본은 보험의 주요 목표를 아예 시행 초기부터 재택 보호기능강화에 두었다.
최근 미 서부의 유명한 노인 요양 시설을 방문했을 때 그곳엔 16명의 환자만 입원해 있었다. 그 병원이 알려진 이유는 시설 보다는 요양환자를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훌륭한 지원 및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원환자를 위한 미국의 노인요양보험 메디케어 파트 A 보다는, 통원 및 재택환자를 지원하는 메디케어 파트 B가 훨씬 더 경제적이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미국은 메디케어 파트 B를 신설하면서 간병장비 개발 등 홈케어 관련 산업을 지원해 왔다.
홈케어만을 전문으로 하는 골든리빙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5억달러에 이르고 사원 수는 4만명을 넘어섰다. 헬스케어 관련업체 중 최대 업체인 맥케슨사는 연간 9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인텔이나 모토로라 같은 IT기업의 실적이 우스워 보일 정도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우리는 노인요양보험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홈케어 산업의 기반은 실로 변변치 못하다.
앞으로 단기간내에 우리나라에서 홈케어와 관련된 새로운 글로벌기업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다만 미국에서 정부의 요양보험 지원에 힘입어 1990년대를 전후로 홈케어 사업을 시작한 수십 개 회사들이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라난 것을 보면 새롭게 시행된 우리의 노인요양보험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해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김경훈 의사 한메딕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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