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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말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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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말의 폭력

입력
2008.09.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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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은 왜 책을 안 읽을까? 내가 학창시절 만해도 - 불과 십몇 년 전인데-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케이블방송도 없었다. 자가용 가진 청년은 희귀종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있는데 그때는 없었던 것이, 그밖에도 너무도 많다. 특이하게도 지금은 별로 없는데, 그때는 많이 있는 것도 있었다. 바로 일자리. 지금처럼 학창시절부터 취업전선에서 허덕일 만큼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았다. 자유를 충분히 만끽할 만했다.

다만 자유를 만끽할 거리가 별로 없었을 뿐. ‘술 마시고 노래하고 (당구 치고 데모하고) 춤을 춰 봐도’ 시간이 남으면, 심심하면, 책이라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음주문화에 취향이 부족해 할 수 없이 고급독자가 된 청년들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열심히 취직공부하고 혹시 시간이 남으면, 책이 아니라 지천으로 널린 놀거리 중 하나를 택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처지가 되었다.

요즘 청년들에게 책 속에 진리가 있소이다, 마음의 양식을 많이 섭취하시오! 따위의 조언은, 말의 폭력일 수도 있는 거다. 누구 약 올리나? 힘들어 죽겠는데 머리 아픈 책을 읽으라니. 어쨌거나 다수가 책을 사랑하던 시대는 고작 반세기에 그치고 다시금, 극소수만이 책 따위를 읽는 시대로 회귀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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