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 경비로 '음악 속으로'
가을비 오는 주말 저녁, 자신의 방에서 혼자 술 한잔 걸치며 영화 '원스'의 '폴링 슬로우리'같은 우울한 사랑 노래를 듣는다면 그것 만큼 '멜랑꼴리'한 순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음악을 mp3 플레이어에 이어폰으로 꽂아 듣는다면 어떨까. 그럭저럭 음악을 듣는데 지장이 없겠지만, 방 안을 가득 울리는 소리의 감동은 얻지 못할 것이다.
음악 감상을 위해서는 역시 최소 두 개의 스피커를 갖춘 오디오가 필요하다. 좋은 오디오는 비싸다. 하지만 반드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오디오의 가격 이전에 듣는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소리는 기본적으로 넓은 공간이 확보될수록 깊은 소리를 들려준다. 작은 방이라도 소리의 반사를 줄이도록 잡동사니나 쓸모없는 가구 같은 여러 물건들을 치우면 비교적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스피커의 배치도 중요하다. 좌우 스피커의 간격이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좋은 소리가 난다. 작은 방에서는 듣는 사람과 스피커의 위치가 정삼각형을 이루도록 하면 최대한 섬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피커 각도를 5~10도 정도 듣는 사람 쪽으로 돌려 놓는 '토 인'은 필수다.
물론 그래도 오디오 선택은 중요하다. 수백만원대의 음악 재생 전용 CD 플레이어나 앰프를 구입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DVD와 CD, SACD 등 다양한 매체를 재생하는 유니버셜 플레이어의 구입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최근 이런 기기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좋다. 여기에 20만~30만원대의 AV 리시버와 스피커를 구입해 설치하면 적어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만약 CD를 많이 듣지 않는다면 아예 플레이어 구입은 생략하고 mp3 플레이어와 연결을 지원하는 리시버와 스피커만 살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직장인들에게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 음악은 마음만 먹으면 감상에 큰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노력으로 돈의 차이를 가장 좁힐 수 있는 것 역시 음악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天高樂肥… 音~ 가볼만한 공연 널렸네
가을만큼 야외공연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도 없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가 걱정돼 우비를 챙길 일도 적고, 부담스러운 태양을 피하는 법을 몰라도 괜찮다.
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오는 미풍은 음악에 흥분한 이마를 적당히 식혀주고 저녁의 풀벌레는 잊었던 리듬감을 살려준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 한참 걸어온 10월엔 다양한 야외음악축제들이 마련되어 있다.
주류의 팝과 록에 지쳤다면 심금으로 파고드는 월드뮤직 축제를, 아이돌의 현란한 몸짓에 물렸다면 어쿠스틱한 포크와 재즈의 향연에 몸을 던져보자.
■ 세상의 모든 음악을 경험하라
세상의 음악은 다양한 인종의 언어만큼 그 종류가 많다. 하지만 '문화세계'의 경쟁력마저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눠 강자의 취향에 동조하는 매스미디어 덕분에 우리의 귀는 알게 모르게 심각한 영양 불균형에 시달려 왔다.
내달 첫째 주와 둘째 주, 울산과 서울에서 진행되는 월드뮤직 축제는 음악적 편식 해소를 위한 메뉴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2일부터 5일까지 울산 문화예술회관과 문화공원에선 22개국 20개 팀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친다. 처용문화제의 하나인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바벨'로 2005, 2006년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출신 영화음악가 구스타보 산타올리야와 그의 밴드 바호폰도가 참여한다.
포르투갈의 디바 크리스티나 브랑코, 집시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줄 집시 CZ, 판파레 치오깔리아의 열광적인 무대도 마련된다. (052) 260-7544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원 드림 월드 뮤직페스티벌'이 월드뮤직 축제의 바통을 이어 받아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구로구 안양천 체육공원에서 진행된다. 쿠바와 세네갈, 프랑스, 카부 베르드 등 10개국에서 200여 명의 정상급 월드뮤직 스타들이 무대에 오른다.
11일 헤드라이너인 테오필루 샹트르는 아프리카의 보석 세자리아 에보라의 음악 인생 동반자이다. 에보라가 평생을 아껴온 작곡가로 대표곡 '호다 비다'는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담겨 우리 귀에도 익숙하다.
건강 이상으로 내한공연이 좌절됐던 에보라와 함께 언젠가 국내 무대에 오를 날이 기대되는 뮤지션이다. 샹트르는 이바디의 호란과 협연이 예정되어 있다. 12일 무대를 이끌 프랑스의 집시랜드도 놓치면 아까운 밴드.
세계 정상의 집시 뮤지션 그룹 집시킹즈의 전 멤버가 이끄는 밴드로 '아나 마리아' '비바 라 뮤지카'가 가을 정취를 돋운다. 이밖에 국내 뮤지션 김수철, 윈터플레이, 이한철 등이 공연한다. (02)363-9706
라틴뮤직, 안데스음악, 파두 등은 처음 듣기엔 낯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귀에 익으면 어떤 팝보다 우리 정서에 가깝다. 많은 월드뮤직 뮤지션들이 국악과의 협연을 즐기는 이유이다.
■ 가을을 닮은 기타와 재즈 연주에 잠기다
인디밴드와 모던록 뮤지션들이 피크닉과 같은 음악 페스티벌로 꾸미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8'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억제된 사운드와 감미로운 보컬이 시원한 풍광에 담겨 가을 음악팬들을 유혹한다.
첫날 무대에는 얼마 전 스위스 로잔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루시드 폴이 과거 그가 몸담았던 밴드 '미선이'와 함께 오른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이 사회성 짙은 가사와 앙상블을 이룬다. 영화 '버스, 정류장'의 감성을 잊지 못한다면 놓칠 수 없는 공연.
18일에는 7집 앨범으로 돌아온 자우림과 이지형, 최근 군에서 제대한 이루마와 파리지앵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정재형이 공연한다.
일본의 듀오 기타 밴드 데파페페도 무대에 올라 스틸 현의 한계를 들려준다. 축제의 피날레인 19일엔 토이와 언니네 이발관, 그리고 봄여름가울겨울이 무대를 이끈다. CF음악으로 한국팬들의 사랑을 받은 인도네시아 그룹 모카도 눈에 띈다. (02)322-0014
아시아를 대표하는 재즈 축제로 자리잡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2일부터 5일까지 경기 가평군 북한강 자라섬과 가평읍에서 그 다섯번째 막을 올린다.
천재 색소폰 연주자로 불리는 로바노를 비롯해 국내 정상급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재즈 기타계의 거장 펫 메스니, 빌 프리셀 등이 재즈의 진면목을 들려준다. 우려되는 건 태풍과 가을호우. 유독 비와의 악연이 깊은 자라섬 페스티벌이 올해엔 멀쩡하게 진행되길 빈다.(02)3445-2813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상념·사색 젖는 가을밤, 라디오 음악방송은 벗처럼…
1981년 8월1일 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TV의 개국을 알린 뮤직 비디오는 그룹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라디오 음악 방송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음악을 눈으로 즐기는 새 시대가 열렸음을 공개 선언한 것이다. MTV의 희망 섞인 이 예언은 그러나, 적어도 21세기 한국에선 아직 완벽히 현실화하진 않았다.
초대 손님과의 수다와 DJ의 입심을 무기로 내세운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지만 감미로운 선율이 고막을 두드리는 음악 방송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어쩌면 영국 록그룹 퀸의 히트곡 '라디오 가가'(Radio Gaga)의 가사처럼 라디오 음악 방송의 전성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날로그 느낌의 따스한 촉감을 지닌 라디오 음악 방송은 가을,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현재 방송 중인 음악 방송들은 주로 실력파 뮤지션들을 DJ로 내세우고 있다. '전공'이 확실한 뮤지션들의 친근한 곡 설명이 매혹적이다. DJ그룹 '활주로'와 '송골매' 출신의 배철수가 진행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MBC FM 오후 6시)가 대표적이다. 1990년 3월 첫 전파를 송신한 이래 이 프로그램은 18년 동안 최신 팝을 국내에 소개하는 전령 역할을 해왔다.
한국의 간판 색스폰 주자 이정식이 PD와 DJ를 겸업하는 '이정식의 올 댓 재즈'(CBS 오전 2시)은 빈티지 와인 맛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95년 12월 첫 방송 이후 재즈의 고전을 되새기고 새로운 재즈 경향을 소개해온 이 프로그램의 숙성도는 재즈팬들을 특히 열광시키고 있다.
가수 이문세가 진행하는 '오늘 아침'(MBC FM 오전 9시)과 '푸른 밤, 그리고 알렉스입니다'(MBC FM 밤12시),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MBC FM 오후 10시),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KBS 2FM 밤 12시), '이적의 텐텐클럽'(SBS FM 오후 10시) 등도 스타를 앞세운 음악 방송 프로그램이다.
불면에 취한 청취자와 교신을 시도하는 심야 음악 방송은 특히 가을에 제격이다. 요란스러운 스타의 말솜씨보다 나근나근한 말투로 짤막하게 곡 소개를 하는 심야 음악 방송들은 청취자의 마음에 조용하게 큰 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고 정은임 아나운서 프로그램의 바통을 이은 '이주연의 영화음악'(MBC FM 오전 2시), '문지애의 뮤직 스트리트'(MBC FM 오전 3시), 사이버 DJ 윌슨이 진행하는 '올 댓 차트'(KBS 2FM 오전 3시), '오정연의 3시와 5시 사이'(KBS 2FM 오전 3시), '김지연의 뮤직하이'(SBS FM 오전 2시), '이현경의 사운드오브뮤직'(SBS FM 오전 3시) 등이 가을 밤을 함께 지새울 만한 방송들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