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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전·의경 부대 가혹행위 실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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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전·의경 부대 가혹행위 실태 공개

입력
2008.09.1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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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중 많이 먹지 않는다고 턱 5회 폭행, 샤워장에서 동작이 굼뜨다고 목 4차례 가격, 고참이 담배 피우는데 벽에 붙어있지 않았다고 정강이 폭행….'

국가인권위원회가 18일 공개한 모 지방경찰청 소속 의경 A씨의 가혹행위 피해사례다. 전ㆍ의경 부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경찰의 거듭된 공언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권위는 이날 5~7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3개 부대 등 전국 7개 전ㆍ의경 부대를 대상으로 직권조사 한 가혹행위 실태를 공개했다. 또 경찰청장에게 가해자를 징계하고 가혹행위 예방을 위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키로 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A 의경을 괴롭힌 고참 2명은 부대원 장기자랑에 대비해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야 하는데 A 의경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속도를 줄이거나 줄넘기를 하다가 중간에 멈췄다는 이유로도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가혹행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서울의 한 의경은 후배 의경을 옆에 눕게 한 뒤 성행위 흉내를 내도록 강요했고, 또 다른 선임자는 일명 '피보기 게임'(가위바위보를 해서 선임이 지면 게임을 다시 하고 후임이 지면 벌칙)에서 진 2명의 속옷을 벗긴 뒤 볼펜으로 여자성기를 그려넣거나 엉덩이에 치약을 짜서 바르기도 했다.

일종의 멘토링 제도인 '보호 수경제'도 가혹행위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있었다. 신임대원의 부대 적응을 돕는다는 본래 취지에 벗어나 개인의 허드렛일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괴롭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경북 지역의 한 의경은 보호 수경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부대 밖으로 뛰어나가 주행 중이던 버스에 치여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때론 고참도 피해를 당했다. 전ㆍ의경의 계급 구조는 수경-상경-일경-이경 순이지만, 일부에서는 챙, 바짱, 받대기, 쫄짱, 막내로 통칭되는 '비공식' 라인이 위세를 떨쳤다. 군대의 병장에 해당하는 수경이 부대 내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받대기'(초임 상경) 취급을 받으며 내무반에서 눕지도, 책을 읽지도 못하는 '징벌'을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 중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명 '바닥돌리기'(내무실 바닥에 쪼그린 채 걸레로 30여분간 바닥 닦기) '걸레짜기'(걸레를 빤 뒤 까치발을 한 채 솔을 이용해 물기가 하나도 없을 때까지 말리기)에 시달리던 한 전경은 지난 4월 외박을 나왔다가 버스기사를 위협해 버스를 방송국으로 돌진하게 했다.

성적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는 자해를 하고 혈서를 쓰기도 했다. 충남경찰청 소속 부대에서 정신질환으로 전역 처리된 의경의 아버지 이모(58)씨는 "신체검사를 받고 멀쩡하게 현역 입대한 아들이 10개월 만에 가혹행위로 정신병자가 돼 돌아왔다"고 통곡했다.

하지만 부대 내 관리체계는 허술했다. 가혹행위 예방 노력이 미흡한 것은 물론, 수 차례 구타 신고를 받고도 묵인하거나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는가 하면, 대원 교육을 하면서 피해자를 지칭해 "부대 생활을 일일이 부모에게 일러 바치는 자가 있다"고 공개적인 모욕을 한 경우도 있었다.

손심길 인권위 침해구조본부장은 "경찰청 차원의 내부 인권보호 지침이 실제 일선서에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청 지휘부와 관리 담당자들의 획기적인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난해 전의경 관리 종합대책을 세운 것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인권위가 정식으로 권고를 해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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