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금융위기 허리케인'에 휩쓸린 월스트리트에 초대형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가 밀어닥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금융기관들은 물론 살아남은 곳들 조차 '생존'을 위한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메릴린치 리먼브라더스 AIG에 이어 '살생부'에 올라 있는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 워싱턴뮤추얼(약칭 와무ㆍWaMu) 인수전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2위의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도 다른 금융회사와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는 와무가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 며칠 전부터 매각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HSBC 등이 와무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수 후보들은 와무 전체가 아니라 일부 자산만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1,430억달러에 이르는 저축예금과 2,300개 지점은 탐이 나지만 앞으로 2년 반 동안 19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되는 모기지 관련 투자부문은 인수하고 싶지 않다는 것. 와무는 불과 1주일 전만해도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으나 주가는 17일 하루 만에 13% 떨어지는 등 최근 급락했으며 올들어 전체로는 하락률이 83%에 달한다.
월스트리트 5대 IB 가운데 살아 남은 '빅2'(나머지는 골드만삭스)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도 와코비아 등과의 합병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존 맥 모건스탠리 CEO가 와코비아로부터 관심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으며,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CNBC 방송은 HSBC가 모건스탠리의 인수 후보업체로 거론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가 중국 씨틱(CITIC) 은행과도 인수 가능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성사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정부의 AIG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다른 금융기관과의 합병 등 생존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이런 움직임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라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초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검토하다 메릴린치를 전격 인수하면서 세력을 확대했다.
이처럼 부실해진 IB를 상업은행이 인수하거나 양자간 합병이 계속될 경우 'IB 전성시대'는 끝나고 미국 금융계는 두 사업모델이 합쳐진 '종합금융회사'들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위기가 금융계의 대지각변동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편 부동산 거품이 심각했던 영국에서도 금융회사 간 인수합병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로이즈TSB은행이 신용경색으로 휘청거리던 영국 금융지주사 HBOS를 주당 2파운드32펜스, 총 120억파운드(약 24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BBC 방송 등이 17일 보도했다. 로이즈TSB와 HBOS는 영국 은행업계에서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하며, 특히 모기지 부문에서는 HBOS가 1위, 로이즈가 4위 규모다.
산하에 스코틀랜드은행, 핼리팩스은행 등 여러 금융회사들을 거느린 HBOS는 최근 신용경색으로 은행간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HBOS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리먼브러더스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며 영국 금융사 중 파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돼 왔다. BBC는 고든 브라운 총리가 양자간 협상 과정에 개입했으며, 영국 재무부와 금융감독청(FSA)이 이번 협상을 적극 장려했다고 덧붙였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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