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홈에버 점포를 일부 매각 없이 모두 인수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할인점 업계의 최대 인수ㆍ합병(M&A)인 홈플러스-홈에버 간 기업결합을 18일 승인했다. 공정위는 업계의 주요 관심사인 '독과점 우려가 있는 일부 점포 매각' 조건은 달지않았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홈에버 35개 점포를 고스란히 인수, 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 추격에 날개를 달게 됐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마케팅부문 설도원 전무는 공정위 결정에 대해 "(매각 조치가 없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하반기 점포 간판 및 시설 개ㆍ보수 등 합병작업에 집중, 고객에게 홈플러스 만의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대형할인점 업계에 본격적인 양강 시대가 열렸다. 홈플러스는 74개 자체 점포에 홈에버 35개 점포를 합친 109개 점포를 확보, 점포 수 116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마트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점포 수의 증가는 할인점 사업의 핵심인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홈플러스가 그간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업계 3위인 롯데마트는 58개 점포에 머물러 있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에서 이마트-월마트간 기업결합심사 때 요구했던 일부 점포 매각 조건을 제외시켜 눈길을 끈다. 공정위는 이마트-월마트간 기업결합 심사에서 반경 5㎞ 이내(지방은 10㎞)에서 독과점에 의한 경쟁 제한성이 있는 점포 4,5곳을 매각하라는 시정조치를 부과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었다.
공정위는 "인터넷 쇼핑 등 무점포 시장의 발전으로 인접시장으로부터의 경쟁압력이 증대하는 등 (이마트-월마트 때와는 달리) 경쟁제한 우려가 제한적이거나 단기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이마트가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것이 공정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홈에버의 경우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7~14곳의 점포가 매각 대상으로 떠올랐으나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 됐다.
공정위는 대신 홈에버 시흥점, 홈플러스 부산 센텀시티점 등 5개 점포에 대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 5개 점포에 대해서는 비교 대상 점포간 최저가격보상제 도입 등의 조건을 달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가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며 "공정위의 잣대가 일관성이 없는데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 하는 인상이 강하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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