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을 통해 당내의 미묘한 역학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16일 의원총회에서 '이재오 계'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의 사퇴론을 집중 제기함으로써 계파 대립 구도는 다원화하고 있다. '친박근혜'과 '친이명박'대결이란 기존의 대치 구조 외에도 친이 세력의 분화 현상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당 일각에서 의총 결과에 대해 '55인 항명 파동'의 연장선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수도권의 이재오ㆍ정두언 계 출마자들이 중심이 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던 게 55인 항명 파동이다.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여권 수뇌부는'홍 원내대표 유임'으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의총장에 들어서는 이재오계 의원들의 분위기는 강경했다. 이재오계 중심으로 의원 7명이 잇따라 발언을 신청, 사퇴를 촉구했다. 사퇴론을 주도한 김용태 안형환 권택기 진수희 의원 등은 55인 항명 파동을 주도한 사람들이다. 반면 이인기 이정현 의원 등 친 박근혜계는'대안 부재'를 이유로 홍 대표를 적극 엄호했다.
대선 이후 주류로 부상한 친 이명박계는 양대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이상득 의원이 중심이 된 영남 친이 그룹과, 이재오ㆍ정두언 의원이 중심이 된 수도권 친이 그룹이 그것이다. 양대 세력은 55인 항명파동과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발언 등을 통해 충돌했다. 하지만 결과는 영남 친이 그룹의 승리였다. 7월 전당대회 이후 당 지도부도 영남 친이 그룹의 의중이 반영돼 박희태 홍준표 체제가 들어선다. 이재오ㆍ정두언 연합군은 '주류 내 비주류'로 밀려났다.
기회를 엿보던 이ㆍ정 연합군은 이번 추경안 사태를 맞아 홍준표 체제를 공격했다. 이들은 "홍 원내대표로는 국회를 힘있게 끌고 갈 수 없으므로 사퇴론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홍준표 체제 공격은 이상득 의원에 대한 간접 공격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비주류인 친박계는 주류 내부 다툼이 벌어지면 항상 이상득 의원쪽 손을 들어줬다. '비주류'인 친박과 '주류 내 주류'인 영남 친이가 전략적 연대를 맺고 있는 셈이다. 이날 친박 의원들이 홍 대표를 적극 보호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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